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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있는 그녀 Oct 28. 2024

친구와 함께 신문 교실

좌충우돌 집공부 12화




"언니, 우리 민기(가명)는 책을 정말 안 읽어요. 3학년 되면 사회랑 과학도 배우는데 걱정이에요."



같은 동에 사는 친한 동생이 책을 읽지 않는 아들이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민기는 딸과 같은 반 친구다. 수학은 잘하고 좋아하는데, 책을 읽지 않아 문해력이 걱정이라며 동생이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나눈 시점은 2학년 가을 무렵이었다. 3학년이 될 아이가 사회와 과학을 잘 따라갈 수 있을까 고민이 된 동생은 겨울방학 때 EBS 강의로 미리 예습을 할 생각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예습도 좋은 방법이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문해력이었다.



글을 읽고 중요한 부분을 요약하고 정리하는 능력이 필요했다. 그 무렵 나도 딸이 문학책만 주로 읽어 비문학 글을 어려워하는 것을 발견했다. 문학글과 비문학글에 사용되는 어휘는 다르고, 글의 구조도 다르다.



"그럼 우리 딸이랑 같이 신문 교실 해볼래?"

"신문 교실이요?

"응, 어린이용 신문기사 읽고 글쓰기 좀 해볼까 했거든."

"오! 너무 좋죠."



그렇게 시작하게 된 신문교실.

주 2회 우리 집에서 민기와 우리 딸은 신문기사를 읽고 글쓰기를 했다.



나도 워킹맘이라 신문까지 매번 준비하기 어려워 <아홉 살에 시작하는 똑똑한 초등신문>이라는 책을 샀다. 그리고 글쓰기를 위한 글짓기장 공책과 어휘공부 위해 국어사전까지 준비했다.



문해력 향상을 위한 공부였기에 소리 내어 읽기가 기본이었다. 혼자서 소리 내어 읽기를 하고, 한 문장씩 번갈아가면서 읽는 등 최소 2번은 소리 내어 읽도록 했다. 정확하게 읽는 연습을 위해 친구가 읽을 때 틀린 글자가 몇 번 있는지 세보는 활동도 했다.



책은 다양한 신문 기사가 실렸지만 글씨가 작아서 아이들이 읽기에는 힘들었다. 내용을 확인하거나 어휘설명하는 부분도 고학년이 읽을 정도로 글자가 작아 아쉬웠다.  읽을 수는 없어서 목차를 보고 읽고 싶은 부분을 정했다.



아이들이 충분히 소리 내어 기사에서 말하고자 하는 중심내용이 담긴 문장을 찾아 밑줄을 그었다. 모르는 낱말 사전을 이용해 찾는 연습 했다. 3학년이 되면 국어사전 이용 방법에 대해 배운다. 고 가면 3학년 국어 시간에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기사 내용에 따라서 글 쓰는 내용도 달라졌다. 보호무역과 관련된 글을 읽은 후, 보호 무역을 해야 하는지 아닌지 자신의 생각을 쓰는 글을 썼다. 요즘 사람들의 부족한 어휘력에 관련된 기사를 읽고, 새롭게 알게 된 정보를 정리했다. 긴 기사를 짧게 4~5 문장으로 요약해 보는 글쓰기도 했다.



동생 말처럼 민기는 문해력이 부족해서 글쓰기를 할 때 어려워했다. 하지만 성격이 침착하고 성실해서 가르쳐주면 성장하는 게 눈에 보여 기특했다. 쓴 글을 딸과 바꿔 읽고,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을 고쳐보았다. 기사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었던 초반에 비해 시간이 갈수록 글이 매끄럽고, 자신의 표현을 쓰려고 노력했다.



혼자 했다면 하기 싫다고 투정 부렸을 활동이었으나 친구와 함께 해서인지 딸은 즐겁게 신문교실을 했다. 민기를 좋아했던 영향도 있었다. 그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이 좋아서 신문 교실 시간을 기다렸다. 두 아이 모두 성실한 아이라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수월하게 가르칠 수 있었다.



민기에게 큰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딸은 민기와 함께 해서 힘들 수도 있던 공부를 설레면서 행복하게 했다.


혼자도 좋지만 친구와 함께 하는 집공부도 참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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