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공부로 영어 공부한 지 9개월쯤 되었을까.
딸 영어 공부를 가르치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딸은 수학은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영어는 노잼이라고 자꾸 말했다. 마음이 그러니 영어 공부가 더 싫어질 수밖에.
학원을 보내야 하나 고민했다. 공부시키면서 딸과의 관계도 안 좋아졌다. 집공부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한 마음도 들었다.
과도한 과제나 단어 시험으로 인해 영어에 대해 더 부정적으로 될까 봐 학원 선택도 참 어려웠다. 아이 수준에 맞춰 개인 지도가 가능했으면 좋겠는데, 수준별로 반을 운영하는 곳이 많았다. 문의하는 학원마다 이미 반이 차서 들어갈 수도 없었다.
그러다가 집 근처에 있는 'ㅇ선생학원'과 상담을 했다. 개인별 수준에 맞춰 공부하는 방식이고, 언제든지 시작 가능하단다. 그런데 아이 영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하니 레벨테스트를 보자고 했다.
아이의 첫 영어 레벨테스트였다.
학원을 보낼지 말지는 고민이었지만 레벨테스트는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아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고, 집에서 하는 영어 교육의 방향도 점검할 수 있으니까.
3학년 가을, 토요일 오전 10시에 'ㅇ 선생 학원'에서 레벨테스트를 진행했다. 간단히 집에서 했던 공부 기간과 방법을 이야기 나누고 패드로 레벨테스트를 보았다. 테스트가 끝나자마자 결과 리포트가 카톡으로 왔다.
오! 사교육의 세계. 이렇게 바로 올 줄이야.
아이 수준은 상위 36.2프로로 평균에 속했다. 공교육 기준으로 초등 4학년 수준이며, 각 영역이 균형 있게 발달했다고 결과지에 적혀있었다. 문제 하나하나를 보여주며 선생님께서 덧붙여 설명해 주셨다. 단어들도 꽤 알고 있고, 보기에서 단어 뜻을 유추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등 아이가 잘 한 부분을 칭찬해 주셨다.
나는 테스트 결과에 감사했다. 늦게 시작한 영어인 데다가 하루 20~30분밖에 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었나 보다. 아이가 잘 해결한 부분이 국어 능력과 관련되어 있는 유추 문제인 걸로 보아, 꾸준히 읽은 책과 글쓰기 덕도 본 것 같다.
아직 3학년이기에 결과가 잘 나온 부분도 있다. 3학년 수준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 수준이 확확 올라가기 때문에 그때 가서 준비하고 따라가면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지금 4학년 수준이라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됐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은 테스트를 보고 나서 영어에 대해 더 진지해졌다. 집에서 한 공부가 도움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집공부 태도도 많이 좋아졌다. 전보다 더 능동적으로 공부하고, 엄마가 하는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고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레벨테스트를 보고 나서 학원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아이도 나도 집공부로 더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학원을 다니면 어쩔 수 없이 시험도 보고 과제도 있게 된다. 중학년까지는 아이에게 자유 시간과 함께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한다.
레벨테스트가 우리 모녀에게는 도움이 되었다. 그 이후로 영어의 한 고비를 넘겼는지 영어 공부하면서 종종 재밌다는 말이 들리기도 한다.
휴.. 그래! 싫어하지만 말자.
조금씩 공부해도 괜찮으니 영어가 할 만하다고 느끼기를 바란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저런 교훈들을 얻곤 한다.
이번 교훈은 "한 고비를 넘기면 수월해진다."였다.
아이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다. 다 던져두고 학원에 맡기는 것이 속 편하기도 하다. 그래도 조금만 버텨 그 고비를 넘기면 훨씬 수월해진 집공부를 만난다.
우선 고비를 넘겨보자.
<영어 공부 고비를 넘긴 방법>
하루에 한 유닛이 버겁다면 이틀에 걸쳐하도록 했어요. 진도보다 하나의 글을 소화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듣고 따라 하고 해석하고 문제 풀기까지 이틀에 걸쳐하면 조금 숨통이 트일 거예요.
너무 하기 싫은 날에는 지난 교재를 가지고 와서 복습합니다. 지난 과정이라 자신감을 가지고 읽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영어를 꾸준히 접하는 것이 목표기에 복습을 해서라도 꼭 하루에 한 번은 영어를 듣고 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단어가 중요하더라고요. 단어 시험은 보지 않았어요. 그래도 익힌 단어를 다시 보고 소리 내어 읽기 연습을 계속해야 리딩에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는 거였어요. 매일 해서 많이 늘었다고 칭찬을 많이 해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