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힐듯 덥고 습할 우기인 5월의 태국으로 파견을 간다. 수도인 방콕에서도 한참을 달려 내려가야 하는 남서쪽의 시골 도시로 간다. 방콕살이를 할 때는 거주할 수 있는 집의 옵션이 비교적 많아서 큰 고민 없이 추천을 받아 적당한 가격대의 집으로 골랐는데, 시골은 영 상황이 다르다.
치안을 생각해서 돈을 더 주고라도 안전한 동네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현지인들이 사는 집 위주로 손품을 팔고 또 팔다가, 함께 발령 받는 선생님과는 학교에서 머지 않은 곳의 숙소를 몇 군데 찜해두고 장기 렌트가 가능한지 물어보고 있다.
짝꿍쌤이 기가 막히게 찾아준 장소는 위생에 신경을 많이 쓰는 듯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는데, 문제는 현지 숙소 사이트가 열리지 않고 유명 예약 사이트에는 아예 올라와있지가 않다는 거였다. 짝꿍쌤에게 페이스북의 정보를 받아서 이메일로 연락을 하고 라인 번호를 뚫어서 역시 같은 문의를 남겼다. 물론 답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나의 짝꿍 선생님은 또 다른 학교 근처 숙소 한 군데와 열심히 연락중인데 하필이면 매니저가 부재중이라 영어가 영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거기서 먼저 전화를 청한 것은 아이러니. 현지 직원은 자신감으로 모든 걸 해결하겠다는 기세였나보다.
알고보니 늘 부킹닷컴을 애용하는 우리였는데, 부킹닷컴에 뜬 금액은 말도 안되게 비싸서 금액이 훨씬 차이나던 아고다를 통해 예약을 했다. 직원의 영어가 안되는 탓인지 아니면 이해력의 문제인건지 도통 협상이란 것이 통하지 않아서 짝꿍 쌤은 어려움을 한 사발 드링킹 하시는 중이었고 상황을 건네듣는 나도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수수료 서로 안 떼게 직통으로 거래를 하겠다는데... 왜 우리가 아고다 vip라서 더 싸다는 말만 늘어놓는건지 도통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해하는 짝꿍쌤의 목소리를 들으며 처음엔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깔깔 웃다가 나중에는 이걸 어찌해야하나 싶은 막막함이 더해져갔다. 지금도 마음이 무겁다.
현지인들이 위주로 묵는 숙소라면 입구를 지켜주는 가드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것조차 고려를 못했구나. 우리가 찜한 숙소는 생각보다 너무나도 비싸서 예산을 훌쩍 초과하는데, 태국에서 이 가격에? 너무 과하지 않나 싶다가도 치안을 생각하면 묵는 게 낫나 싶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참 쉽지 않네. 너무 아무 정보가 없는 소도시라서 참 어렵다. 내일은 현지 우리 담당 선생님한테 처음으로 연락해서 전반적인 동네 치안이나 방 구하는 팁 등을 좀 여쭤봐야겠다. 하! 학교에 한 분 있던 영어로 추정되는 원어민 오마르 선생님은 어디서 어떻게 집을 구하고 살고 계신지도 너무 궁금하네.
1순위로 생각한 숙소가 당연히 네고가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와장창 결렬되어버린 협상의 끝에서 우린 막막함만 끌어안고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무한 로딩을 계속하던 아고다 예약 전쟁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