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 Dec 16. 2024

취두부는 양반, 충격적인 냄새가 나는 국수의 정체

뤄쓰펀(螺蛳粉)

"냄새는 고약하지만, 맛은 훌륭해 闻起来臭,吃起来香" 

흔히 중국 취두부를 말할 때 자주 따라오는 표현이다. 중국이나 대만 여행을 가봤다면 한 번쯤은 식욕 뚝 떨어지게 하는 비주얼과 냄새를 풍기는 취두부를 맞닿뜨려 봤을 것이다. 취두부는 중국과 대만 지역마다 조리법과 생김새, 지독한 냄새 정도가 모두 달라서 사실 개인마다 가지는 취두부의 경험은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생각보다 냄새 안 지독하던데?"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경우 까맣게 튀긴 취두부를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독한 냄새가 나는 것도 잘 튀기면 냄새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은, <흑백요리사> 파브리 셰프가 내놓은 홍어 요리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놀랍게도, 홍어의 냄새를 튀겨서 빼버렸다. (물론, 이것이 오히려 마이너스를 받은 요인이 되긴 했지만) 



식당 들어가자마자 뒷걸음치게 만드는 냄새 주인공 

지독한 냄새를 대표하는 취두부가 오히려 양반이라고 여겨질 만큼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국수가 있다. 뤄쓰펀(螺蛳粉)인데, 우렁이 쌀국수란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우렁쌈밥 먹을 때 그 우렁이 맞다. 우렁이로 낸 육수에 팔각, 정향, 계수나무 등 각종 중국향신료를 섞어 만드는 음식이다. 중국 광시 자치구 전통 음식으로, 원래는 그리 유명한 음식이 아니었는데 코로나 기간에 온라인 SNS 통해 급 유명세를 탔다. 


우리나라에 두바이초콜릿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뤄쓰펀 역시 틱톡 SNS을 통해 퍼져 나갔다. 당시 한국에 있었던 나는, SNS를 통해 뤄쓰펀 관련 콘텐츠를 보며 "아니 대체 뭔 맛이길래?"란 호기심이 일었다.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여서 중국 입국이 아예 되지 않은 때였다. 그렇게 입맛을 다지고 있다가 베이징에 있는 중국인 친구 D와 연락하다가 뤄쓰펀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친구가 막 웃더니 "너 그때 나랑 가서 냄새 진짜 안 좋은 국수 먹었잖아, 그거야"하며 사진을 보내주는 게 아닌가. 


중국인 친구 D와 만날 때면 우린 항상 맛집을 찾아다녔다. 그녀는 다양한 음식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여러 실험적인(?) 음식들을 소개해주었는데 그중 하나가 뤄쓰펀이었다. 뤄쓰펀이 온라인에서 유행하기 2~3년 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 친구도 정말 푸드 얼리어답터였구나 싶다. 


여하튼 당시, 나는 무엇을 먹게 될지 모르고 그저 "맛있는 국수를 먹을 거야"하며 수상하게 웃는 친구 D를 따라 국숫집에 들어갔다. 가게 들어가자마자 꼬릿꼬릿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아니, 대체 이게 음식의 냄새인가? 취두부나 청국장 등은 비교도 되지 않는다. 화장실 냄새라고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뭔가 엄청난 것이 오랫동안 이 공간에서 발효돼서 냄새 입자가 코를 찌르는 느낌이랄까. 


후각에 둔감한 내가 이 정도라면, 냄새 민감한 사람들에겐 가게 들어가자마자 다시 뒷걸음질 치게 만들 정도로 지독한 냄새다. 전 세계 고약한 냄새나는 음식을 꽤 많이 먹어 본 나조차도 "이 냄새가 음식 냄새야?" 반문할 정도로 믿기가 어려울 정도로 처음 맡아보는 냄새다. 


검붉은 색에 가까운 국물에 담긴 국수 요리가 나오자, 냄새는 코를 더욱 자극했다. 이 정도 냄새라면 미각을 못 느끼는 게 아니냐며, 다 먹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던 것과는 다르게 우리는 국수를 깨끗이 비웠다. 지독한 냄새와는 별개로, 우렁이를 우려 시원한 맛과 함께 각종 중국 향신료의 굵직하고 자극적인 맛이 묘하게 중독적이었다. 비록, 난 여전히 이 국수의 첫인상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그 이름을 까먹어버렸지만. 


상하이에서 만난 뤄쓰펀 

2024년 오랜만에 온 상해 골목을 걷다가 우연히 한 뤄쓰펀 가게를 발견했다. 작지만, 꽤 깔끔한 내부에 사람들도 적지 않아 눈에 들어온 곳이었는데 가게 이름에서 뤄쓰펀 글자를 보자마자, 식욕이 돌았다. 당시 나는 원래 다른 식당으로 향하는 길이었는데 뤄쓰펀 글자에 현혹당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투명 유리창으로 보이던 깔끔한 가게 내부와 반전되게 문을 열자마자 지독한 냄새가 코 끝을 자극했다. 맡자마자, 처음 뤄쓰펀을 접했을 때 기억이 피어오르는 게 사뭇 반가웠다. 맞아, 바로 이 냄새였지. 정말 무언가가 오랫동안 발효되어야만 나오는 쿰쿰한 냄새. 


뤄쓰펀의 냄새 주범은 바로 발효 대두와 염장한 죽순(酸笋)이다. 발효 과정에서 메주 뺨칠 만큼 강한 냄새가 나는데, 염장한 죽순은 톡 쏘는 시큼한 냄새가 특징으로 뤄쓰펀 국물맛의 핵심이기도 하다. 여기에 민물 우렁이를 기본으로 한 육수에 각종 향신료까지 더했으니, 냄새는 더욱 농밀해진다. 


커다란 그릇에 진한 국물, 쌀면 그 위에 부드러운 유부 덩어리와 튀긴 닭고기, 튀긴 푸주를 올려준다. 국물을 잔뜩 머금은 유부 덩어리는 국수를 먹으면서 함께 찢어서 먹으면 더욱 좋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음식 맛을 보기 전까진 식욕 떨어지는 냄새에 인상부터 찌푸리게 되는데, 맛을 본 이후엔 갑자기 이 냄새마저 향긋하게 느껴진다. 물론 공간을 잔뜩 메운 냄새에 이미 코가 적응된 탓이겠지만, 국물을 마시고 면발을 후루룩하는 동안엔 어느 순간 이 고약한 냄새는 더 이상 의식하지 않게 된다. 냄새에 가려 맛을 못 느끼는 게 아니라, 미각이 후각을 눌러버렸다고 할까. 충격적인 냄새를 초월하는 국수의 맛, 궁금하지 않은가. 


중국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특히 계림 쪽 (광시 자치구 전통음식)이라면 뤄쓰펀을 한 번쯤 시도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아래 브런치 글도 좋아하실 거 같아요> 

https://brunch.co.kr/@msk-y/9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