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타(Marta), 안티구아 과테말라
과테말라 젠트리피케이션
과테말라 수도인 과테말라 시티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달리면 도착하는 안티구아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묘한 기시감에 사로잡혔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며칠 전의 어느 오후로 되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안티구아 중앙광장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며, 나는 반사적으로 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알록달록한 식민지 시대 건축물들이 광장을 감싸고 있는 모습과 그 건물들 사이로 비치는 햇살의 각도를 담은 사진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다.
산 크리스토 발 데 라스 까사스에 여전히 머물고 있던 친구들이 “다시 돌아온거야?”라고 물을 정도로 두 도시는 쌍둥이 도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닮아 있었다. 알록달록한 전통 복장을 입고 다니는 원주민들의 모습도, 바닥에 울퉁불퉁하게 깔린 자갈길의 촉감도, 심지어 공기 중에 떠도는 미묘한 습도까지도 그대로였다. 두 도시는 마치 같은 건축가가 같은 설계도를 보고 다른 장소에 지어놓은 것 같았다.
이 곳도 외국인 여행자들이 오랫동안 머무르는 곳으로 유명하다. 해발 약 1,500m 고지대에 자리잡은 덕에, “영원한 봄의 도시”란 별칭이 있을 정도로 1년내내 쾌적한 기후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안티구아는 특히 미국이나 유럽인들이 저렴하게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단기 어학연수하거나, 중남미를 본격적으로 여행하기 전에 여행 스페인어를 배우려는 여행자들이 오랫동안 체류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외국인들을 위한 어학원 시스템이 상당히 잘되어 체계적이었다. 굳이 한 달 단위로 등록할 필요 없이 일주일 단위로도 등록할 수 있었고, 대부분의 어학원은 하루 2~3끼 식사를 제공하는 현지인 홈스테이를 함께 묶어서 판매했다. 안티구아에선 호스텔/게스트하우스보다 이 어학원에서 제공하는 하숙생활이 오히려 합리적이었는데, 그 이유는 안티구아 물가가 다른 중미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비쌌으며, 옆나라 멕시코에 비해 음식 문화가 다채롭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인과 유럽인들이 오래 머무르며 스페인어를 배우는 곳답게, 이곳에는 그들을 위한 친숙한 브랜드들이 즐비했다.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심지어 웬디스버거까지. 쟁쟁한 글로벌 프랜차이즈들이 죄다 들어와 있었다. 식사 한 번 제대로 하려면 팁까지 포함해 멕시코보다 1.5배 이상 지출을 해야했다.
안티구아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현지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집에서 해먹거나, 종종 노점에서 판매하는 옥수수를 갈아만든 따뜻한 음료인 아똘레(Atole)를 마시며 야외에서 수다를 떠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아똘레는 옥수수를 갈아 만든 따뜻한 음료로, 달콤하면서도 고소했는데, 그 맛이 진한 율무차와 비슷하다. 현지인들은 각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음료 한 잔을 마시곤 했다.
반면 항상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운 스타벅스에는 노트북을 들고 작업하는 디지털 노마드들이 가득했다. 근사한 정원까지 보유해 이곳의 맥도날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로 손꼽힌다고 했는데, 그 매장 안에서는 스페인어보다 영어가 더 자연스럽게 들렸다.
저렴한 물가에 좋은 환경을 찾아 오는 외국인들의 유입으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비단 안티구아에만 있는 일은 아니다. 치안이 불안한 국가일수록, 외국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엔 마치 보이지 않는 바리게이트라고 처진 것처럼 안전이 보장되는 대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뤄야 했다. 그 나라에서 아무리 물가가 비싸봤자, 외국인들에게는 고국보단 저렴했고 그로 인해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변방으로 밀려나는 것은 결국 현지인들이다. 나는 아똘레를 홀짝이며 골목길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과연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 하고.
하숙집 식구들과 삼시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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