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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호 Mar 07. 2021

나와 감정 사이 몇 센티미터

프롤로그

 감정이 드러났다거나 참았다고 해서 그게 그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감정을 느꼈던 장면과 상황이 반복해서 떠오르는 이유는 바로 아직 그 감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기쁨이가 슬픔이를 찾으러 나선 것처럼, 영화 '소울'에서 조가 22를 찾아다니는 장면면처럼 내 안의 감정을 찾는 시간을 가져 본 적이 있는가.


 나의 코어에 다가가는 일이란


 양파의 한 껍질을 벗기고 두 번째 껍질을 벗기듯이 감정을 찾는 동안 나의 코어에 다가가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보통날 생각보다 쉽게 마주하는 감정은 두려움과 불안감이다. 막상 이 둘을 찾아서 인정하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바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그 평온을 찾아 헤매었던 거였나 싶다. 무언가 따뜻한 감정이 나의 가슴을 채우는 느낌 말이다. 두려움과 불안감 또한 나의 감정이고 그들 또한 존중받고 싶었던 나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나를 심판하는 사람에서 나를 돌보는 사람으로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이인데도 제일 가혹하게 대하는 관계가 바로 나 자신과 맺는 관계가 아닐까 합니다. 죽음에 대한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인간은 늘 ‘지금 이 상태는 뭔가 불완전하다’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원인과 대책을 찾지요. ‘뭔가를 더 해야만 해’, 그걸 못 하면 난 잘못될 수도 있어’와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결국 현재의 내 모습은 완전하지 않은, 부족한 상태로 남습니다.

 우리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는 ‘되고 싶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좋은 배우자, 좋은 부모, 능력 있는 직장 선배, 따뜻한 이웃, 훌륭한 인격자.. 이런 게 아닌가요? 이렇게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요? 문제는 이런 노력에는 끝이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 마음속을 지배하는 것은 나에 대한 만족감이 아닌 상시적인 불안과 두려움입니다. 더 훌륭한 내가 되는 것이 나와 잘 지내는 길이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나와 사이좋게 지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홀로서기 심리학 : 이제는 흔들리지 않고 삶의 중심을 잡고 싶다면 본문 중, 저자 라라 E 」



 난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있을까


 이러한 고민을 한 적이 있다. 그것보다 먼저 해야 할 고민이 있었다. 난 나의 감정과 행동을 따뜻한 눈으로 관찰했는가? 내가 쉬려고 잠시 앉았을 때 "피곤해 보인다. 괜찮니?" 하고 말해 준 적이 있었는가. 처진 어깨를 툭 치며 "그만하면 됐어. 그 정도면 잘한 거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 적이 있는가. 아니면 감정이 멀리 도망치도록 못 본 체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꼭꼭 숨기만을 바랬던 걸까.

 

 '감정'이라는 단어를 이제 다르게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보면 옳다 그르다의 '이성'만으로 나의 삶이 결정되지는 않았다. '점심에는 떡볶이를 먹었으니 저녁에는 밥을 먹어야지'라는 이성적인 판단이 정답은 아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 누구에게는 말도 안 되지만 난 또 떡볶이를 먹고 싶을 수 있다. 결국 '감정'이 마음 가는 대로 결정한다. 이 사소한 결정이 나의 감정을 또다시 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학창 시절 소중하게 아끼는 다이어리를 서랍에서 꺼내는 것처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제는 감정을 꺼내볼까. 그리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어떨까. 감정이 행동을 조절하는 게 아니라 행동이 감정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행동뿐만이 아니다. 음악을 들려올 때 갑자기 다른 세상이 펼쳐질 때가 있다. 뷰가 좋은 전망이 감정을 들었다가 놓았다 하기도 한다. 맛 좋은 요리의 향기가 신체만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감정을 다르게 보는 태도가 중요하지 않을까.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마음가짐, 그게 반복되면 보다 나와 가까워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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