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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호 Jul 21. 2022

자존감의 온도 36.5도

조직문화 & 사내소통 이야기 [ 글: 준작가, 그림: 커피 ]

체온이 내려가거나 올라가면 병이 나고 아프다.

그래서 적정온도를 지켜줘야 한다.

자존감도 그렇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학교 후배와 저녁을 먹었다.


'카페를 차려 볼까, 공인중개사 자격을 딸까'

새로운 출발을 그리는 그의 표정에는 어딘가 어둠이 깔려있다.


술 한잔 기울이다 보니

그가 퇴사를 하고 싶은 이유가 다른 곳에 숨어 있었다.


"내가 한 일을 매니저가 가로채서 보고 할 때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어요."


"매니저, 그 위 매니저 모두 위만 쳐다보고 있고

나의 성과는 보여도 보이지 않은 척,

인정 못한다는 팔짱 낀 자세와 태도에 지쳐버렸어요."


그는 슬픔이 감싼 눈으로 이어 말했다.

"그냥 참고 일하다 그들처럼 되고 싶진 않아요."


과연 5년 뒤, 10년 뒤에도

저렇게 위만 바라보는 리더가 계속 필요할까?


결국 그는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다.

일요일에 카페에 나가 사업 준비 겸 알바를 시작했다.

주중에 회사 일에는 조금 힘을 빼기로 했다.

끌려가는 삶 말고 내 손으로 그리는 인생을 선택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다니는 것은

그의 보스도, 매니저도 아닌

스스로 선택이니까




자존감이란? 자아존중감의 준말.

자기 자신이 가치 있고, 소중하며, 유능하고 긍정적인 존재라고 믿는 마음





감정이 드러났다거나 참았다고 해서 

그게 그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감정을 느꼈던 장면과 상황이 반복해서 떠오르는 이유는 

바로 아직 그 감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기쁨이가 슬픔이를 찾으러 나선 것처럼, 

영화 '소울'에서 조가 ‘22’를 찾아다니는 장면처럼 

내 안의 감정을 찾는 시간을 가져 본 적이 있는가
 

 

  

  

나의 코어에 다가가는 일이란

   

양파의 한 껍질을 벗기고 두 번째 껍질을 벗기듯이

감정을 찾는 동안 나의 코어에 다가가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보통날 생각보다 쉽게 마주하는 감정은 두려움과 불안감이다. 

막상 이 둘을 찾아서 인정하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바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그 평온을 찾아 헤매었던 거였나 싶다. 


무언가 따뜻한 감정이 나의 가슴을 채우는 느낌 말이다. 

두려움과 불안감 또한 나의 감정이고 

그들 또한 존중받고 싶었던 나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난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있을까

 

이러한 고민을 한 적이 있다. 그것보다 먼저 해야 할 고민이 있었다. 

난 나의 감정과 행동을 따뜻한 눈으로 관찰했는가? 


내가 쉬려고 잠시 앉았을 때 

"피곤해 보인다. 괜찮니?" 하고 말해 준 적이 있었는가. 

처진 어깨를 툭 치며 "그만하면 됐어. 그 정도면 잘한 거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 적이 있는가. 


아니면 감정이 멀리 도망치도록 못 본 체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꼭꼭 숨기만을 바랬던 걸까.



 


'감정'이라는 단어를 이제 다르게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보면 옳다 그르다의 '이성'만으로 나의 삶이 결정되지는 않았다. 

'점심에는 떡볶이를 먹었으니 저녁에는 밥을 먹어야지'라는 

이성적인 판단이 정답은 아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 


누구에게는 말도 안 되지만 난 또 떡볶이를 먹고 싶을 수 있다. 

결국 '감정'이 마음 가는 대로 결정한다. 

이 사소한 결정이 나의 감정을 또다시 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학창 시절 소중하게 아끼는 다이어리를 서랍에서 꺼내는 것처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제는 감정을 꺼내볼까.

그리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어떨까. 

감정이 행동을 조절하는 게 아니라 행동이 감정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행동뿐만이 아니다. 

음악이 들려올 때 갑자기 다른 세상이 펼쳐질 때가 있다. 

뷰가 좋은 전망이 감정을 들었다가 놓았다 하기도 한다. 

맛 좋은 요리의 향기가 신체만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감정을 다르게 보는 태도가 중요하지 않을까.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마음가짐, 

그게 반복되면 보다 나와 가까워질 수 있을까



 

 


생애 첫 투표를 앞둔 열여덟 살 학생이 꿈꾸는 세상을 말했다.

"나의 삶을 보듬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중요한 세상. 식당에서 밥을 혼자 먹어도 

집에서 혼자 놀아도 충분히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꺼리가 많아졌다. 


누구나 자신만의 적정 온도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면 어떨까.

 

사적인 영역을 지켜주고 

나와 같지 않은 것도 인정해 주는 거 그렇게 어려운 일 아니다.





자존감이란?

자기 자신이 가치 있고, 소중하며, 유능하고 긍정적인 존재라고 믿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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