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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태 Dec 29. 2020

청년활동가 벗어날 준비

최근 내가 찍힌 사진을 보면, 웬 아저씨가 한 명 있는 걸 볼 수 있다. 요즘 들어 컨디션이 나빠진 탓도 있겠지만 예전 사진과 비교해보면 세월이 정통으로 지나간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한편으로 씁쓸하기는 하지만 당연한 것이겠다. 며칠 있으면 곧 서른이 된다.


 청년기본법이 통과되면서 법적으로 청년의 나이는 만 34세가 되었다. 대구 조례상으로는 아직 39세까지지만, 기본법으로 따지자면 나도 이제 청년이라 불릴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스물 셋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니 ‘청년’의 수식어를 꽤 오랫동안 달고 있었다. 아직 5년 정도 남았지만 남은 기간은 ‘청년활동가’로 무엇을 하기보다 후련하게 ‘청년’을 떠날 준비기간인 거 같다.


 후련하게 떠나기. 근데 이게 참 어려울 거 같다. 7년 동안 했지만 아직 더 경험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 특히 이십대 초중반의 활동가를 보고 있으면 그렇다. 예전에 청년활동가들이 사업을 준비하는데 도움을 요청한 적 있었는데 이야기 나누면서 그들이 걱정하는 부분과 준비해나가는 과정들이 내가 고스란히 겪었던 과정과 비슷했다. 그들을 보면서 옛날 생각도 나고, 겪어나갈 부분들에 찡한 마음도 들고, 이십대 끝자락에서야 경험했던 걸 그들은 어린 나이에 쌓을 수 있다는 게 부럽고 그랬다.    


 여담이지만,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 선배활동가들이 나를 보며 부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너는 할 수 있는 게 많을 거야” 그때 그 말은 참 꼰대스럽게 느껴졌다. 근데 이제 내가 그 말을 달고 산다. 나도 꼰대가 된 거가 싶기도 하고 이제야 선배활동가들의 마음이 무엇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언제까지고 ‘청년활동가’일 수 없다. 법적 나이도 그렇고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주구장창 청년의제를 끌고 나갈 수 있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시기는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적정한 시기란 건 명확히 존재하고, 게다가 나 역시 ‘청년’을 주제로 오래 했다는 느낌도 있고, 그 과정에서 내가 한 게 대체 뭐지라는 자괴감과 그 과정에서 나 역시 ‘청년팔이’를 한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점점 ‘청년활동가’가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진다.


 그러니 언젠가는 후련하게 ‘청년’을 떠나고 싶다. 목표 했던 걸 전부 이룰 수는 없더라도 잘 끝내고 싶다. 후회나 미련 갖지 않고. ‘그래 여기까지가 내 역할이었고 지금부터는 아니야’라고 말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나 싶어서 부끄러운 마음도 들지만. 잘못하면 계속 청년활동판에 기웃거리며 민폐 끼칠 것만 같다. 



 슬슬 청년활동가를 벗어날 준비 때가 왔다. 어쩌면 하나의 이행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청년활동가에서 다른 무언가가 될 준비. 무엇도 아니었던 내가 어쩌면 더 무엇도 아닌 나로 될 준비.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냥 잘 사라지고 잊혀져할 때가 온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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