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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며니 Jan 15. 2019

독감주사 맞고 걸린 기면증

신종플루 예방접종 백신 부작용이 생길 확률

독감주사를 맞고 독감에 안 걸릴 확률 10~60% 사이

독감주사를 맞고 뇌전증, 마비, 쇼크사, 발열, 근육경련, 피부발진 등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 0.0017%

독감주사를 맞고 기면증에 걸릴 확률 0.0018%


예방주사를 맞고 오히려 병을 얻을 수 있다. 심한 독감이 유행하던 2010년 유럽에서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신종플루 백신 팬뎀릭스를 맞은 어린이들에게 기면증이 생겼음을 WHO(세계보건기구)가 발표했다. 유럽에서 3,100만 명이 이 백신을 접종했고 2013년 기준 14개국 900명이 기면증 확진을 받았다. 영국 HPA(건강보호청)는 신종플루 백신을 맞고 5만 5천 명 중 한 명꼴로 기면증에 걸렸음을 밝혔다. 미국 신경학회 의학저널 <Neurology(뉴롤로지)>의 논문 '서부 스웨덴 어린이들에서 H1N1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소아 기면증 발생률의 증가(2013)'에 따르면  2000년 1월부터 2010년 12월 사이 서부 스웨덴  소아 기면증의 발생률이 예방접종 후 25배 더 높아졌다. 영국의 18세 소녀 루시 턴지가 2010년 펜뎀릭스를 주사맞고, 5년이 지난 2015년까지도 하루 40번 잠에 빠지는 중증 기면증 환자가 돼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는 등 피해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신종플루 백신을 맞고 기면증이 발병한 사례가 있다. 이상운 씨는 2010년 두산중공업의 전 직원 의무 공지에 따라 녹십자 플루미스트를 코에 뿌려 접종했다. 백신을 맞기 전에는 수면장애가 없었고 정상 출퇴근을 했다. 하지만 백신 접종 후 잠이 지나치게 늘어 자주 지각을 했고 쓰러졌으며, 운전을 하다 잠이 들어 6개월 간 네 차례 교통사고를 냈다. 이 씨는 2011년 7월 가족력이 없는 기면증 확진을 받았다. 그는 기면증 발병으로 노동력을 69% 상실했다는 공식 평가도 받았다. 국내에서 드문 사례라 혼자 전국의 병원을 다니며 진단을 받고 변호사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 결과 2013년 2월 영등포보건소의 예방접종 피해 보상자로 선정됐다. 이어 11월에는 질병관리본부와의 소송에서 승소해, 기면증이 국가에서 인정하는 장애가 아니지만 장애보상금을 지급받았다. 2016년에는 플루미스트가 기면증 부작용을 유발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매우 적은 확률이지만 기면증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것을 감수하면서 예방접종을 맞아야 할까? 시카고 러시 대학 의료센터 수치타 키쇼어 박사는 "독감 백신의 예방 효과는 10% 수준에 불과하다"며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의 예상대로 독감 환자가 예년보다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다. 기상청이 비 올 확률을 예측해서 예보를 하듯 독감 주사제도 WHO가 매년 어떤 유형의 바이러스가 유행할지 예측한 결과에 따라 제약회사가 생산한다. 매년 인플루엔자 원인이 되는 4가지 바이러스중 그 해에 성행할 것으로 예상하는 균을 선정하는데, 이 예측이 빗나가면 백신의 예방 효과가 낮아지는 것이다. 대륙과 지역별로 퍼지는 독감의 종류가 다른데 한 가지 기준에 맞춘 백신을 전 세계인이 맞는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사실 예방접종의 부작용을 이야기할 때 백신의 효과가 몇 퍼센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진짜 문제는 '백신 안전성 검증 실험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이다. GSK신종플루 백신 펜뎀릭스도 안전성 검증 실험에서는 부작용이 없었다. 이를 믿고 3,100만 명, 그것도 주로 아이와 학생들이 접종받았는데 900명 이상에게 기면증이 발병한 것이다. 실험군을 작은 규모로 만들어 '제약회사에게 안전한 실험'을 해서 나타나는 오류다.


숫자로만 따지면 부작용이 나타날 것을 우려해 독감주사를 맞지 않는 것은 비행기 사고가 두려워 해외여행 못 간다는 것과 같다고들 말한다. 캐나다 통계학자 제프 로젠탈 교수는 항공기 추락 사고를 당할 확률은 0.00001%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비행기 추락사고를 당할 확률보다 예방접종으로 기면증에 걸릴 확률은 180배 높다. 부작용 확률이 아무리 적어도 나와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에게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왜 기면증과 같은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예방주사를 맞아야 할까? 예방 확률을 근거로 독감주사를 권장하는 측은 늘 국가 또는 회사나 학교 같은 단체다. 백신을 맞길 권고하는 이유는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위함이다. 백신을 맞은 사람이 늘어나면 독감 바이러스가 서식할 확률이 전체적으로 낮아져 개인이 세균과 접촉할 가능성도 낮아진다. 즉 예방접종은 집단면역효과를 위함이다. "예방접종 안 맞아도 괜찮더라."는 말은 주위의 다른 사람들이 예방접종에 참여한 결과 나도 혜택을 받았다는 의미다. 책 <면역에 관하여> 저자 율라 비스는 '면역은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다.'라는 표현으로 이를 설명한다. 전염성이 강한 질병은 한 사람만 예방주사를 맞아봤자 소용이 없다. 생활 반경에서 마주치는 모두가 나와 타인의 건강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럴 때 나의 면역도 전염성이 강한 질병을 만나지 않거나 이겨낼 수 있다는 뜻이다.


부작용이 적고 꼭 맞아야 하는 백신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2000명 중 한 명이 내가 된다는 생각을 해보자. 그게 로또라면 좋겠으나 기면증인 경우도 있으니 백신 주의사항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책 <병원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에서는 이를 국가와 개인의 이해관계 차이로 설명한다. 독감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액을 고려하면 국가는 예방접종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통제해 전체 국민의 보건 수준을 높이려고 한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병원 진료를 받는 이유 1위가 감기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연간 1조 원의 자원이 투입된다. 때문에 부작용이 있더라도 예방접종을 장려한다. 반면 개인은 전체 위생 수준보다 혹시 모를 부작용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독감주사를 맞아도 독감에 걸리는 사례가 늘고 있고, 매우 낮은 확률이라도 부작용 위험을 무릅써야 하나 고민하는 것이다.


전염성 질환은 집단이 면역체계를 갖춰야만 예방 효과가 나타난다. 모두가 부작용을 우려해 예방접종을 거부하고 항체를 만들지 않는다면 우리는 에드워드 제너가 천연두 백신을 만들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개인의 불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정부는 예방접종을 장려함과 동시에 부작용과 주의사항을 충분히 고지해야 한다. 신종플루 백신이 기면증을 일으킨 것은 명백한 사실로 밝혀졌으니 말이다. 그리고 정부는 반드시 백신을 제조하는 회사가 더 충분한 실험군을 갖추고 긴 기간 동안 안전성 검증실험을 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학교나 회사에서 예방주사를 단체로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대다수가 백신 맞는 것을 비타민 한 알 먹듯 간단하게 여긴다. 아주 적은 확률이지만 예상치 못한 반응이 일어난 사례가 있음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르다. 몸에 주사하는 백신이 어느 회사의 어떤 제품인지,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기본이다. 만약 백신 접종 후 증상이 발견됐다면 재빨리 진단과 치료를 받고 보건소, 국립의료센터, 질병관리본부 등 관계기관에 자문을 요청하자. 오히려 아주 작은 확률로 문제가 생겼을 때 개인의 고통이 커 진다. 나에게만 일어난 일이라 모든 것을 혼자 증명해야 하니 말이다. 예방접종으로 기면증 등의 부작용이 발병할 경우 이로 인해 파괴된 삶을 복구하는 것과 인과 관계를 밝히는 일은 오롯이 개인의 몫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일본뇌염에 걸리면 사망률 20~30%, 장애율은 30~50%다. 일본뇌염이 유발하는 장애로 기면증, 마비, 중추신경계 이상, 호흡곤란 등이 있음을 WHO(세계보건기구)가 발표했다. 일본뇌염 예방접종을 맞았을 때 말고, 일본뇌염에 걸리면 면역체계 이상이 생겨 기면증에 걸릴 수 있다.


- 백신의 방부제 역할을 하는 수은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것은 아직 논란이 진행 중이다. 영국의 대장외과 전문의 앤드루 웨이크필드는 자폐증에 걸린 어린이 12명을 연구해 ‘MMR(홍역, 볼거리, 풍진) 백신 접종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논문을 의학 저널 <Lancet(랜싯)>에 게재했다. 당시 연구 결과가 조작됐음이 밝혀져 2008년 GMC(영국 의학위원회)는 웨이크필드의 의사 면허를 박탈했다. <Lancet>도 2010년 그 논문의 오류를 인정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환자 12명의 발병 시기와 MMR 백신 접종 시기를 조작해 끼워 맞춘 완전한 사기 행각”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여러 종류의 백신을 섞어 맞았을 때 수은 등 중금속이 임신부, 태아, 영유아에게 미치는 영향과 부작용에 관련된 연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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