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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음식을 나눈다는 것

- 손맛을 나눔받는 것 = 잊히지 않는 그리움을 추가하는 것

안녕하세요. 플러수렴입니다.



오늘 오후, 묵직한 택배를 하나 받았습니다.

시어머니께서 보내주신 반찬과 국이었어요.


그동안 시댁에 갈 때마다 조금씩 챙겨주시곤 했지만,

이렇게 택배로 한가득 보내주신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요즘 의도치 않게 '논문 다이어트' 중인 있는 제가 마음에 걸리셨던 걸까요.

멀리서라도 응원해주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먹기 좋게 소분된 여러 종류의 국과 반찬,
귀여운 라벨지까지.
그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지지 않나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0^/ 남은 것들도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오늘 저녁은 혼자 먹었지만,

엄마들의 손맛으로 씩씩하게 잘 먹었답니다!














한 달 전쯤에는 저희 엄마의 반찬을 한가득 받아서, 한동안 푸짐한 식사를 했었는데요.

서른도 넘은 딸이지만, 여전히 제 끼니에 대한 걱정이 많으십니다.

"밥은 잘 챙겨먹고 다니니?"

"밥은?"

"뭐랑 먹었어?"

연락을 하면, 이 세 마디 중 하나는 무조건 듣게 됩니다.


반찬을 보내겠다고 전화하실 때마다,

저의 늘 똑같이 대답합니다.

"힘드신데 안 보내주셔도 돼요. 잘 챙겨 먹고 있어요."


하지만 제 대답과 상관없이,

며칠 후면 어김없이 우체국 택배 알림톡이 옵니다.

" □□□ 고객님이 발송한 소포우편물을 00년 00월 00일 비대면 배달하였습니다"


택배 상자를 열면 매번 감탄하게 됩니다.

이 많은 걸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에 준비하셨을까.

그리고는 또, 괜히 당신들을 고생시킨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식사시간.

보내주신 반찬들을 하나씩 꺼내어 한상 가득 차리면,

느껴집니다.

'아, 나 사랑받는 사람이구나.'

'내 삶. 살만하구나.'




저는 시어머니의 마늘깻잎찜(?)과 총각김치, 된장찌개를 정말 좋아하고,

신랑은 저희 어머니표 마늘장아찌와 LA갈비, 등갈비김치찜을 유독 좋아합니다.


두 분의 음식스타일은 꽤나 다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같습니다.

두 분의 손맛 모두 제 몸에, 입에, 마음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 문득 떠올라,

아릿하게 그리워질 그런 따뜻한 맛이란 것.


직접 만든 음식을 나눈다는 건,

단순히 끼니를 나누는 걸 넘어

감각적으로 누군가를 각인시키는 일 같아요.


그 음식이 완벽한 맛이 아니더라도,

오히려 평범하거나 투박한 그 맛 속에서

그 음식을 만들던 시간과 정성, 그리고 마음이 자연스레 읽히니까요.




친구와 '집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는데요.

친구 어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대요.

"내 손맛이 생각나면, MSG를 잘 넣어봐봐. 그럼 그 맛이 날거야."

그 말에 "역시 대기업 석박사님들의 피땀눈물이야"라며 함께 웃긴 했지만요.

글쎄요. 비슷한 맛이 날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 손맛을 절대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을 거에요.

손맛이란 건 단순한 레시피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온기가 담긴 마음까지 더해져야, 내가 기억하는 그 손맛이 비로소 완성될 거에요.


어린 내가 아플 때, 엄마가 끓여주셨던 흰죽과 곁들였던 간장처럼요.

흰죽과 간장. 그냥 먹으면 사실 별맛 없지만, 아플 때의 엄마표 흰죽은 다르잖아요.

그건 마치 약손 같은 거죠.


저도 언젠가,

미래에 올 우리 아이에게, 그리고 저의 사람들에게

저를 떠올릴 수 있는 그런 맛을 남격주고 싶습니다.


(신랑한테 "내 음식 중에 가장 맛있는 게 뭐였어?"하고 물었더니

대답을 못하더라구요 ^^ 아직까지는 딱히 없대요.

분발해야겠습니다. 휴!

언젠가, "그거 먹으면 그대 생각나" 그 말을 듣게 되는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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