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와 예배, 가족을 잇는 반복의 시간
안녕하세요. 플러수렴입니다.
추석은 다들 잘 보내셨나요?
저는 이번 추석을 시댁에서 보냈는데요.
아침 식사 → 가족 예배 → 강변 나들이 → 점심 → 카페 → 낮잠 → 간단한 저녁.
하루가 이렇게 흘러갔어요.
저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시부모님께서 신실하신 분들이라
명절이 되면 자연스레 가족 예배를 함께 드리곤 합니다.
예배 중엔 작은 해프닝도 있었어요.
무반주로 찬송가를 부르다 보니,
어쩐지 웃음이 터져버려 다 같이 한참 웃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예전 예배에서 제가 ‘본디오 빌라도’를 ‘본디오 발라도’로 발음해
모두가 폭소했던 기억이 떠올라,
오늘 '본디오 빌라도' 구간을 읽을 때 혼자 웃음을 꾹 참느라 애를 먹었어요.
그 사이 시어머니께서는
“함께 예배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저는 오늘 명절 가족예배를 드리면서 문득,
어릴 적 차례를 지내던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차례를 우상숭배로 바라보는 것 같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차례나 가족예배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온 가족이
명절이라는 특별한 날을 이유로
한자리에 모여,
정해진 순서에 따라,
일련의 과정을 함께하는 의식.
각자 마음속에 소망하는 바를 품고,
그 마음으로 의식에 임하며
차례에서는 절을 하고, 예배에서는 기도를 하면서
잠시나마 자신과 가족의 염원을 함께 돌아보는 시간.
형식은 다르지만,
그 반복되는 의식이야말로
함께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가족의 리듬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우리는
‘함께해야 하는 어떤 엄중한 의식’이 있기에
다시 모일 이유를 만들어내는지도 모릅니다.
그 자리를 준비하며 서로를 챙기고,
함께 식사하며 비로소 ‘식구(食口)’가 되는 거죠.
친정에서의 차례가 사라진 지 몇 년이 지났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생각했어요.
친정에서도 명절에 함께할,
우리만의 행사와 우리만의 이유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해야겠다고요.
‘해도 되고 안 되고’가 아니라
'명절에 반드시 함께하기로 한 약속'이 있으면
함께 있는 순간
그 마음이 더 하나로 이어질 것 같아서요.
사실, 저 스스로에게도
시댁과 친정, 그 누구도 섭섭하지 않도록
명절마다 양가를 모두 방문하며
그 자리를 온전히 임하게 하는
‘강제되진 않지만 지켜야 하는 약속’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은 여유가 되면 명절 연휴에,
아니면 가까운 때에 맞춰 방문하는 식입니다.
('가까운 때'의 범위도 제 마음대로, 이랬다 저랬다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친정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게 되고,
그러면 곧 마음속에 찝찝함과 죄송함이 남습니다.
부모님께서 배려해주셨는데도,
점점 저 자신 편한 쪽으로만 연휴와 시간을 쓰게 되고 있는
스스로를 이번에 새삼 깨달았거든요.
나중에 우리 가정에도
아이들이 기억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명절의 반복적인 함께'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