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콜릿 개발하신 분께 이 글을 바칩니다
※ 다소 솔직한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식사 중이시거나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주의해 주세요.
여행에서 내가 제일 괴로운 건 입에 안 맞는 음식? 의사소통 되지 않는 언어? 아니다.
바로 변비.
낯선 환경에 가면 그게 어디든 변비가 심해진다.
여행이니까 맛있는 걸 많이 먹어야 하는데 변비가 심해지면 배가 항상 더부룩하고 끝내는 걷는 게 불편할 만큼 배가 아파온다. 이건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괴로움. 누군가는 피식 웃을 수도 있는 주제이지만 정말 변비를 앓아 본 사람들은 웃을 수 없다.
미국 여행에서 남몰래 걱정했던 건 변비였다.
3주라는 기간 동안 변비로 고생하느라 여행을 망칠 수는 없었다. 절박한 심정으로 폭풍 검색을 했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추천을 일일이 수집하며 철저하게 대비했다.
이때 알게 된 약이 있었는데 미국에서는 흔한 드럭스토어에서 파는 초콜릿형 변비약이다.
맛은 초콜릿 그 자체인데 변비를 해결해 준다는 설명이 나와 있었다. 의심이 가득했지만 어쨌든 변비 해결 방법 50가지 중 하나였으므로 시도해 보기로 했다.
뉴욕에 도착해 처음 들어간 드럭스토어에서 두리번거리며 변비약을 찾았다.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서 직원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번역기를 돌려 변비약이라는 단어를 절박하게 발음했다. 싱긋 웃으며 친절하게 해당 제품이 있는 곳으로 날 데려다주었고 한두 개밖에 남지 않은 변비약을 구입했다.
역시 뉴욕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변비가 찾아왔고, 드디어 변비약을 시험해 볼 기회가 생겼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비장하게 초콜릿을 정량에 맞게 잘근잘근 씹어 먹었다. 이 초콜릿이 과연 나를 살릴 것인가 아니면 50가지 변비 해결 방법을 다 시도해봐야할 것인가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 맛은 정말 초콜릿과 똑같았고, 이게 정말 변비를 해결해 줄까 의심스러운 마음으로 꿀꺽 초콜릿을 삼켰다.
그 후 숙소 침대에 누워 배 안의 상황에 집중했다.
'제발 힘을 내!'를 외치며 변비에서 나를 구출해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약 20분 정도 지났나. 미동도 없었던 장 끄트머리 어딘가에서 꾸물거리며 찾아온 반가운 아픔이 나에게 전해졌다. '됐다! 됐어!' 기쁜 나머지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고, 화장실에 가는 발걸음은 몇 년 못 본 그리운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가벼웠다. 남편과 함께 있었지만, 아직도 신혼이라고 우기는 중이었지만, 그 소식은 모든 걸 초월한 반가운 소식이었다.
화장실에서 나오며 남편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성공?"이라고 물었다.
수치스러워 괜히 "아, 진짜! 하지 마세요! 말하지 마세요! 아무 말도 마세요!!"라며 황급히 남편의 다음 말을 막았다. 베트남에서 4개월 간 생활할 때 온갖 방법을 다 써봤지만 낫지 않았던 변비였다. 응급실에 실려갈 뻔했는데 이 초콜릿 몇 개로 새 세상을 맞이하다니. 우리는 이걸 똥콜릿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때부터 드럭스토어만 보면 똥콜릿을 사려고 했다.
쟁여야 했다. 한국에 있을 때도 종종 변비로 고생하니 될 수 있으면 많이 사가서 변비가 올 때마다 똥콜릿의 힘을 빌리고 싶었다. 아쉽게도 똥콜릿은 인기 제품인지 가는 곳마다 품절이었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비슷한 제품을 사 왔으나 똥콜릿의 위력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변비가 해결되니 이후 여행은 한결 먹는 게 편했다.
물론 똥콜릿도 해결하지 못한 변비가 몇 차례 왔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을 줬던 약이었다.
감성 가득했던 뉴욕 여행기에 똥 얘기가 불쑥 튀어나와 좀 민망하지만 심각한 질병인 변비가 내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여서 어쩔 수 없었다. 기름지고 짠 미국 음식을 먹고 변비로 고생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