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높은 곳에 날 있게 할 뿐인데 너무한 가격
예전부터 높은 곳에 있는 전망대 입장료는 왜 비싼가에 대해 의아했다.
높은 곳으로 날 올려다 주는 것뿐인데. 그래서 그런지 평소 여행을 할 때 굳이 전망대를 가지 않았다. 이번 미국 여행은 남편이 거의 대부분의 일정을 계획했는데 전망대 입장료가 7만 원가량 한다는 말을 듣고 굳이 가야 할까 고민했다. 7만 원이면 근사한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는데 경치는 뭐 높은 곳 아무 데나 오르면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랬지만 뉴욕은 야경이 유명하고 관광객에게 위험할 수 있는 뉴욕에서의 저녁 일정을 비교적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서 전망대에 가보기로 했다.
뉴욕은 야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많다. 수많은 전망대 중 우리가 선택한 곳은 서밋(SUMMIIT)이었다.
서밋은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전망대로 사방이 유리와 거울로 되어 있는 독특한 공간이다. 심지어 바닥도 거울이어서 치마 입고 가면 내 팬티 색깔을 전 세계에 공개할 수 있다. 한국에서 남산타워, 63빌딩 정도만 경험해 본 나로서 이곳은 다분히 충격적이었다.
일단 뭐니 뭐니 해도 가격이 가장 충격이었다.
아니, 무슨 경치 하나 보는데 이렇게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건지. 너무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다 보니 마치 경치를 돈 주고 사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전망대가 있는 1층에서 짐 검사를 하고 정해진 길로 따라 들어갔다. 단순히 전망만 보는 전망대가 아니라 그 전망대만의 세계관으로 이루어진 공중 속 테마파크 느낌이었다.
예를 들어 전망대로 가는 길에 1층에서 시청한 영상은 "미래 세계로 가는 우리"(내 마음대로 제목을 붙였다.)라는 내용이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도 미래로 가는 기구처럼 영상을 재생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전망을 볼 수 있는 장소로 가는 공간조차 하얗고 굴곡진 벽으로 되어 있어 우주선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위로 올라가니 사방이 유리와 거울로 둘러 쌓여 있어서 선글라스가 없다면 반사되는 빛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정말 미래 세계에 온 것 같았다. 뉴욕은 스카이라인도 멋있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거대하고 웅장했다. 아래로 내려다보는 뉴욕은 마치 장난감 마을처럼 서로 다른 외관의 건물들이 서로 다른 높이로 들쑥날쑥 서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거의 3시간 넘게 있었다.
처음에는 본전 생각이 나서 오래 있어야지 다짐을 했지만 그런 다짐 따위 없어도 이곳은 충분히 오래 즐길만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에 3시간짜리 영화를 감상하는 기분이었다. 해가 떴을 때, 노을이 질 때, 건물에 불이 들어오며 어둑해질 때, 반짝이는 불빛이 뉴욕을 가득 채울 때 다양한 순간을 온전히 즐기려면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곳에서 보는 풍경 영화는 시계를 들여다보지 않았는데도 풍경만으로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었다. 해가 움직이고 어둠이 찾아오면서 건물들의 그림자는 점점 반대 방향으로 길어졌다.
한동안 이색적인 광경에 사진 촬영 버튼을 연신 누르다가 노을이 지는 빠알간 하늘과 마주했다. 건물 외관이 어떤 색이든 햇빛에 모든 건물이 붉어지는 장면을 보고 있으니 괜스레 쓸쓸해졌다.
저문다. 낮에 오색빛깔로 찬란했던 건물들도 저물어가는 시간에는 공평하게 모두 같은 색으로 보인다. 그게 쓸쓸하면서도 왠지 모를 평안함을 주었다. 누구나 저물어가고 결국 공평해지는 것 같아서.
오래 이곳에 있으면서 자꾸 '나'를 찾았다.
사방이 거울이라 안 그래도 사람이 많았는데 거울에 사람들이 비춰서 2배, 3배로 사람이 더 많아 보였다.
그 속에서 자꾸만 나를 찾고 있었다. 처음에는 거울에 비친 사람들 속에서 내 사진을 찍으려고 나를 찾았는데 사진을 찍지 않을 때도 그랬다. 심지어 솟아오른 건물들을 보고 있다가도 '나 여기 있지.'라며 내 존재를 찾았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오고 가는 사람들 속에 나를 끊임없이 찾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그리고 나를 찾았을 때 안심했다.
야경까지 충분히 즐겼다고 생각했을 때 아래로 내려왔다.
공중에서의 3시간은 돈이 아깝지 않았다. 경험에 자꾸만 값을 매기는 내가 좀 멋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본주의의 도시에서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입술을 비죽였다.
위에서 본 뉴욕은 웅장하고 멋있었지만 불안하고 삭막했다. 내가 불편하지 않은 곳은 아래였다.
남편과 오늘 저녁은 좀 저렴한 걸 먹자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