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의 기로에서

시험관시술-배아 선택

by 김삐끗

'우리나라에 자연임신으로 첫 다섯 쌍둥이 탄생'


뜨악.

입을 쩍 벌리며 홀리듯 위 제목을 가진 동영상을 클릭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그것도 자연임신으로! 다섯 쌍둥이를 출산한 부부가 인간극장에 나왔다.

20주에 아내의 배는 이미 초만삭의 임산부보다 훨씬 불러 있었다.

그 모습만 봐도 부부가 얼마나 마음고생, 몸 고생을 했을지 느껴져 눈물이 스멀스멀 고였다.


나에게도 다섯 쌍둥이는 아니지만 쌍둥이의 가능성을 선택할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 배아를 2개 이식하면 무조건 다 쌍둥이가 되는 건 아니지만 쌍둥이가 될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고, 난 이러저러한 이유에서 쌍둥이가 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았다. 시험관 여정을 함께 했던 의사 선생님은 쌍둥이가 너무 힘들다고 권하지 않으셨다. 품기도, 낳기도, 키우기도 힘들다는 선생님의 얼굴에는 정말 날 생각해 주시는 걱정 어린 표정이 엿보였다. 그래도 2개를 이식하게 되면 임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므로 일단은 3일 배아 2개로 한다고 하고 고민스러운 발걸음으로 진료실을 나섰다.


남편과는 쌍둥이 가능성을 열어둘 것인가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달랐다.


나는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고, 쌍둥이는 대부분 제왕절개를 한다는 점에서 꺼려지는 결정이었다. 게다가 엄마가 켈로이드 피부로 매우 고생하고 계시는데 나도 제왕절개 수술 부위가 그렇게 될까 봐 걱정이 됐다.

남편은 쌍둥이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확률적으로 임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배아 두 개 이식으로 진행하는 게 어떨까 하는 의견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 덜컥 두려움이 밀려왔다. 임신 자체도 나에게는 기쁨과 두려움이 함께 오는 일이었다.

두 명의 아이를 동시에 낳는 건 도대체 얼마나 힘들까.

마음속 '나'는 두려움에 부들부들 거리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어차피 2명 정도 낳을 생각이었으니 이왕 고생스러운 거 한 방에 고생하자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나이도 있는데 한 번에 2명을 낳으면 시간도 아낄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난자 채취 후 복수가 찬 느낌이 만삭의 임산부가 겪는 숨 막힘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들었다. 그때 너무 고통스러워서 다시 겪고 싶지 않았는데 2명의 아이를 한 번에 낳으면 2번 겪을 거 1번만 겪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결국 두려움에 진 나는 다음 진료 날 단태아의 가능성만 열어 두기로 했다.

병원에서, 태아보험을 든 보험사에서, 또 주변에서 '다태아면 표시하세요'라는 문구를 종종 보았다. 다태아면 검사할 것도 더 많고, 아무래도 위험성이 조금 더 있기 때문에 좀 더 수고해야 한다. 그때마다 쌍둥이의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길 잘했어 하다가도 그걸 내가 선택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왠지 모를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마트에서 1+1을 사는 것처럼 생명의 가능성을 인간이 선택한다는 게 이래도 되나 싶었다.


시험관 시술을 진행하면서 '의학이 많이 발전했구나'하다가 이렇게 인공적으로 생명을 잉태해도 되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시험관 시술 자체도 어떻게 보면 다소 인공적으로 임신을 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덕분에 난 아이를 더 늦지 않게 만날 수 있었지만 처음 시험관 시술을 많이 고민했던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자연스럽지 않음에 있었다. 물론 지금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아이가 내 곁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공적인 임신과 그 과정에 대한 선택에 후회는 전혀 없다. '인공적'이라는 말이 조금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긴 하지만 덕분에 아이를 품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종종 시술 과정에서 마음 한켠에 가지고 있는 보수적인 자아가 시술 기간 동안 불쑥불쑥 고개를 들기도 했다. 너무 원초적인 남편의 정자 채취, 태아라는 이름을 부여받으려고 등급이 따져지는 배아들...

이렇게 의학이 발전하다 보면 어느새 태아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을지도 모른겠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사람을 복제하는 판타지 영화를 봤을 때 "에이~ 설마 진짜 저런 미래가 오겠어?"라며 함께 영화를 본 사람들과 웃어넘기기 어려워졌다.


점점 더 의학이 발전하면 현재 '원인불명', '치료불가'인 영역들이 점차 좁아지겠지만 난임 시술을 하면서 이러저러한 일들을 경험하다 보니 생명의 탄생만큼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배아 자체의 유전자를 검사해서 염색체 이상 등 유전병이나 유산 확률을 따질 수 있을 만큼 의학은 발전해 있지만 아직도 원인불명의 난임이 많다. 생명이 생겨나고 태어나는 과정은 인간의 영역이 아님을 마음 깊이 느낄 때가 많았다.


생명 앞에 인간은 언제나 허리를 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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