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얼마 전, 은퇴하신 선배 선생님 한 분이 메시지에 짧은 시 하나를 보내셨다.
불볕더위에
네가 아무리
불같이 뜨겁다 해도
걷잡을 수 없이
어찌할 수 없이
모진 그리움의
열병을 앓고 있는
내 가슴보다
뜨거울 수는 없으리
숨이 넘어갈 듯 뜨거운 올해 여름 볕 보다 더 불같이 치미는 가슴, 몸서리치게 꺼지지 않는 그리움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점잖고 고요한 평소 그분 모습과 전혀 달라 놀라웠으나 치열한 마음이 느껴졌다. 깊이 숨어 있던 기억 하나가 툭! 소리를 내며 튀어 오르는 느낌에 잠시 손이 멈추었다.
젊은 시절, 혼자 소주잔 기울일 때 수십 번 돌려 듣었던 노래가 있다. 들을수록 가사의 단어 하나 하나 가슴에 박히고 어찌 그리 가슴 구석구석을 절절하게 홅던지, 아픔이 다시 떠오르고 눈물이 흘렀다.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 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보내고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내리는 못다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 김광석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아쉬운 사랑 아픈 기억은 이 나이가 되어도 지워지지 않고 때로는 도리어 더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어떤 때는 더 사무치게 마음을 흔든다.
나는 그 사랑을 오라 하지 않았고 오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정해진 것 없이 내 삶으로 오더니 부대끼고 실랑이하고 나를 흔들어대다가 또 그냥 갔다. 떠나면서 여름 저 불볕보다 더 걷잡지 못하고 어쩌지 못하게 나날이 가슴을 불태우는 그리움을 남겼다.
사랑은, 그 아픈 사랑은 내 가슴속 깊은 곳에 문신을 남겼다. 불로 달궈진 인두가 냄새 진동하며 살을 태웠고 아주 오래 아물지 않아 진물이 흘렀다. 시간이 더 흘러 생각이 옅어져 아물었나 싶다가도 날 궂거나 힘들 때면 다시 욱신거렸다. 불로 데인 언저리에 딱딱한 허물이 잡히고 보기 싫은 흉터가 되었어도 건드릴때마다 그 안에 숨은 아픈 기억이 되살아났다. 되살아난다. 그 사랑은 왜 내게로 온 것일까.
사랑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벗으려 할 수도 없는 하늘의 벌이다.
살아 있는 죄 때문에 ...
<2021. 8. 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