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너피스 Feb 29. 2020

감정의 뱀파이어, 불안에 대하여.

#.1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불안


불안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이고 생존에 필수요소입니다.

인류에게 불안이 없었더라면 아마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되기 전에 멸종되었을 거예요.


'어느 정도'의 불안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일을 더욱 꼼꼼히 하게 해서 실수를 줄이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행동을 하게 합니다.

또 동기를 부여해주기도 하고 집중력을 높여주기도 해요(와 닿지 않는다면 시험 전날 벼락치기할 때 내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문제는 만성적인 불안입니다.

눈 앞에 위험요소가 없거나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걱정하는 것이죠.

이런 만성불안은 우리를 늘 전전긍긍하게 하고 위축되게 합니다. 이성적인 적인 판단을 마비시켜서 후회스러운 선택을 하게끔 하기도 하고요.


이 투머치한 불안은 우리의 본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합니다.

자존감을 갉아먹고 쓸데없는 생각들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어요.

또 장기적인 불안은 감정을 소진시킵니다. 한 것도 없는데 기진맥진하게 되죠.


그뿐인가요. 불안은 전염성도 강합니다.

별 생각이 없었다가도 누군가가 '~되면 어쩌지?', '이러다가는 큰일 나겠어'라며 호들갑을 떨면 덩달아 나도 덜컥 겁이 나게 됩니다. 우리 뇌에는 거울신경 세포라는 것이 있는데, 다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면 마치 자신이 그 행동을 한 것처럼 느끼게 하는 신경물질입니다. 이 세포는 우리의 공감능력을 높여주지만 동시에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까지 전염을 시켜주는 역할을 해요.


만성적인 불안을 안고 사는 사람들의 경우 그의 어머니 또한 불안 수준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어릴 때부터 사소한 일에도 아이보다 더 크게 놀라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가능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주의를 주는 것이죠. 이런 환경에서 자라게 된 사람은 어머니의 불안이 자연스레 전염이 되고, 어머니가 했던 말들이 무의식적으로 내면화됩니다. 그래서 어머니의 품을 떠나 성인이 된 이후에도 어린 시절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모르게 계속 안 좋은 결과를 상상하며 걱정하는 것이죠.


'걱정'이라는 건 불안에 상상력이 더해진 것입니다.

불안이 높은 사람은 그래서 대체적으로 상상력이 풍부합니다.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들을 어쩜 그렇게 창의적으로 생각해내는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또 이 '걱정'이라는 녀석은 관종 기질이 다분하답니다.

관심을 주면 줄수록 말은 더 많아지고, 크기는 더 부풀리며 힘은 더 과시하려고 하죠. 그리고는 우리의 머릿속을 금세 장악해버려요. 한 번 자리를 차지하면 눌러앉아 꿈쩍도 안 하고 계속 떠들어댑니다. 우리를 하루 종일 걱정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대도록 만들죠.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는 불안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고, 아마 죽을 때까지 불안을 옆에 끼고 살아가야 하는 숙명일 겁니다. 하지만 좀 더 자유로운 그리고 후회 없는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불안을 좀 더 현명하게 처리하는 기술을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불안을 반으로 줄이는 방법들은 앞으로 차차 소개해드릴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불안에 기름붓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