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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어 Oct 28. 2022

행복도 테이크 아웃이 됩니다

- 티끌만 한 책임감

어렸을 때, 집 밖으로만 나가면 모든 곳이 놀이터였어.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무릉도원, 유토피아이었지. 


한겨울에 시린 손을 입김으로 호호 불면서 구슬치기를 해도 즐거웠고, 한여름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말뚝박기를 해도 행복했거든.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젊었을 때도 실컷 놀았어. 노는데 정신이 팔려서 매일 즐겁고 행복했거든.


불안? 그게 뭔데? 그딴 건 남의 일처럼 여겼어.


기껏해야 술값이 없는 것, 술 마시느라 외박해서 아내의 눈치를 봐야 된다는 것, 그 정도만 불안했거든.


그러다가 결혼하고 나서 딸을 낳고 난 후,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어.


아내 월급만으로는 생활이 안 되자 티끌만 한 책임감이 생긴 거지. 그때부터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 거야.



요즘은 매일 실시간으로 불안해.


불안을 테이크 아웃한 것도 아닌데 어딜 가든 항상 곁에 있어.


어렸을 때부터 젊었을 때까지 실컷 펑펑 놀았던 것에 대한 댓가인지도 모르지.


만약, 그때 놀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며 살았다면, 지금 나는 불안하지 않을까?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목표를 이루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거액의 자산이 있는 사람들은 전혀 불안하지 않을까? 


그래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라면, 그때 너무 놀았던 것을 후회 안 해. 


그때의 행복한 추억도 테이크 아웃이 니까... 그것이 불안을 밀어내며 나를 토닥거려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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