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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어 Dec 01. 2022

당신을 리스펙트

- 아파도 아프다 말하지 못한 채 꾹 참고 일하는 당신께

몸이 아픈 날, 육체는 사무실에 남아있어도 영혼은 이미 퇴근해 집에 누워있다. 


이상하게도 몸이 아픈 날에는 사무실의 시간이 무척 더디게 가고, 평소보다 일도 많아진다. 


밤을 꼬박 새워야 하는 야간 업무는 시시때때로 밀려오는 졸음뿐만 아니라 통증까지 참아야 해서 이중, 삼중고를 겪는다. 


퇴근 시간인 아침이 밝아오지 않을 듯 심야 시간은 영겁의 세월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3일 전 오후, 갑자기 항문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한 달 전부터 인생이 새롭게 확 달라져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육체적으로 고되다 보니 치핵이 삐져나온 것이었다. 


생전 처음으로 민감한 부위가 쓰라리고, 화끈거리고, 얼얼해서 무척 당혹스러웠다. 두통, 치통, 복통과는 다른 통증이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알바를 끝낸 후, 바로 야간 업무를 해야 하는 회사로 출근하려다 보니 병원에 갈 시간이 없었다. 


밤이 되자 통증이 더 심해졌는데 이제 야간 업무를 시작한 지 한 달 밖에 안 돼서 아무한테도 말을 못 한 채 꾹 참고 일을 했다. 


만약 내가 "똥꼬가 아파요"라고 말하면, 사수가 "네???"라고 대꾸하면서 머릿속으로 '이 사람 뭐지?'라고 생각할 것을 알기에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웃픈 일이지만,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서글픈지 새삼 깨달았다.  


오직 나뿐일까. 내근직이든 외근직이든 현장직이든 모든 근로자들이 최소한 한 번쯤은 몸이 너무 아픈데도 입술을 앙다문 채 남몰래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통증을 참고 일을 해봤으리라.


그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던 모든 근로자들에게 경의를 보낸다. I Respec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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