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빠, 눈이 왜 그래? 울었어?
나 ............. 왜? 빨개?
딸 응. 왜 울었어?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라디오를 틀었다. 20대 때 즐겨 듣던 가요가 나와서 따라 불렀는데, 햇살이 눈부셨다. 그 순간,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 얼굴이 떠오르더니 울컥해졌다. 바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의아했다. 왜 이러지? 그 가요와 햇살은 아버지와 아무 연관이 없었다. 이성과 감성이 따로 나뉜 상황이라 뜻밖이었지만, 굳이 정신을 차리고 싶지 않아 운전하면서 서럽게 울었다.
실컷 울고 나니까 가슴이 후련해지고,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TV 드라마를 보면서 훌쩍거리는 남자들이 많다고 하는데, 나는 거의 울지 않는다. 어른이 된 뒤부터 지금까지 운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눈물이 마음을 정화시켜줘서 가끔은 우는 것도 좋다고 했던가. 그런데 나는 울고 싶을 때도 눈물이 나지를 않으니...
갱년기 증상이란다. 그 미스터리한 일을 잠자코 듣고 있던 아내가 병원에 가서 상담을 해보란다. 이럴 수가! 그 말을 듣자 그 일을 겪었을 때처럼 의아하고, 황당했다. 차라리 미스터리로 남았으면 여운이라도 있을 텐데... 아내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밀어붙이려고 일부러 병원에 안 갔다. 그 일은 아버지가 나를 신경 써준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가슴이 답답할 텐데, 실컷 울고 나서 기분이 조금 나아지라고... 다시 힘을 내라고...
- 그러고 보니 생전에 아버지도 우는 모습을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