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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 내가 사는 이야기
19화
익자삼우, 관계의 능동성이 필요하다
by
김나영
Nov 30. 2024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자성어 가운데 어떤 뜻을 가진 사자성어가 가장 많을까?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벗’
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싶다.
관포지교, 죽마고우, 수어지교, 지기지우, 지음, 막역지우, 망년지교, 교칠지교, 금란지교, 지란지교
…….
생각나는 것만 죽 나열했는데도 벌써 10개는 넘는 것 같다. 그렇다는 건 옛사람들에게도 ‘벗’의 존재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오늘은 내게 있어 ‘벗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조금 씁쓸하고도 부끄러운 어릴 적 나의 관계 맺기에 대해 털어놓고 싶다.
스스로를 가리켜 이렇게 말하는 게 부끄럽지만, 나는 성격이 좋은 편이다. 누구와도 쉽게 어울리고, 웬만하면 충돌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게 정말 부도덕한 것만 아니라면 서로 부딪히느니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따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친구를 사귈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른바 나는 무난하고 성격 좋은 사람이니 친구들이 늘 먼저 내게 다가왔고, 나는 그 친구들이 내민 손을 잡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내게 먼저 손을 내민 이와 친구가 되었고, 친구가 된 이상 그 아이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친구의 힘듦에 같이 마음 아파했고, 좋아하는 것도, 서로의 관심사도 다르지만, 나의 욕구보다 친구가 원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려고 노력했다.
그런 성격 탓에 내 주변엔 늘 많은 친구들이 있었고, 그 속에서 나는 제법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몰랐다.
내게 다가오는 친구들과 교류하니, 정작 닮고 싶은 친구에게 다가가지 못했고,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것에만 몰두한 나머지 좋은 친구를 얻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친구와의 관계에서 나는 늘 수동적
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좋은 친구들을 사귀지 못했냐고? 물론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다만 친구들을 대하는 나의 사귐의 방식이 잘못된 까닭에, 언젠가부터 내게 있어 ‘친구’는 피로도를 동반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게 문제라는 말이다.
게다가 마음이라는 것은 서로 주고받으며 깊어지는 것인데 , 정작 내 마음을 활짝 열어 보여주지는 않으니 친구들은 나의 노력과 별개로 내게 ‘서운하다’라던가, ‘무심하다’라고 느끼기까지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며, 나는 이제야 조금씩
‘벗’
에 대해 다시 정의 내리고 있다.
많은 사람과 어울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며, 같은 가치관을 갖고, 같은 생각에 공감하며, 주고받는 대화가 편안하고, 배울만한 점이 있는 사람을 사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니까
내가 ‘벗’을 선택하는 나만의 기준이 생긴 셈
이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내게 ‘벗’은 피로도를 동반하는 존재가 아니라, 배우고 싶고, 닮고 싶은 사람과의 사귐으로 바뀌어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논어 속 공자의 글에서 유래한 사귐에 관한 사자 성어 하나를 소개한다.
“孔子曰: "益者三友, 損者三友. 友直, 友諒, 友多聞, 益矣; 友便辟, 友善柔, 友便佞, 損矣.”
- 論語 季氏篇第十六(논어 계씨편제십육) -
공자가 말씀하시길, 유익한 세 가지 벗이 있고, 해가 되는 세 가지 벗이 있다. 벗이 정직하고, 벗이 성실하며, 벗이 견문이 많으면 유익하고, 벗이 편벽되고, 벗이 아첨을 잘하며, 벗이 말로만 잘하면 해가 된다.
위 글에서 유익한 사귐을 뜻하는
‘익자삼우(益者三友)’
는 사귐으로써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세 가지의 벗
. 곧
심성이 곧은 사람, 믿음직한 사람, 견문이 많은 사람
을 가리킨다.
많은 친구들 속에 파묻혀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채 무리 속에 섞이는 것보다, 훌륭한 벗과 교유하며 많이 배우는 삶을 사는 게 더 가치 있는 삶임을, 나는 이제 알고 있다.
익자삼우(益者三友 더할 익, 사람 자, 셋 삼, 벗 우) : 도움이 되는 세 가지 벗. 곧, 심성이 곧은 사람, 믿음직한 사람, 견문이 많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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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걸 더 좋아하는 교사입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은 단편소설집 <스마일맨>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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