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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윤미 Dec 03. 2023

출간 기념 소소한 파티

감사한 연말

12월의 첫날, 책방카페 바이허니의 시 읽기 모임 분들과, 출판사 대표님과, 축하하러 오시는 손님 서너 분과 함께 <사는 게 만약 뜨거운 연주라면> 출간 기념회가 있었다.


책방카페바이허니가 생긴 이후로 쭉 ㅡ, (대략 5년쯤?) 매달 한 권씩 수많은 시집을 읽어오신 모임 분들이 너무너무 아름답고 멋있어서, 시 읽기 모임의 회원이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모임 시간에 “좋았어요, 감동이었어요” 따위의 두리뭉실한 감상 따윈 하지 않아서 좋았다. 이 시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내 삶의 어떤 궤적을 건드렸는지, 진솔하게 툭 터놓고 말한다. 그러다 그 뒤에 덧붙여 더 많은 감상을 나누기도 하고, 그러다 어떤 사안에 대하여 열띤 토론이 오가기도 하는 게 매력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12월엔 나의 시집을 신랄하게 읽어주십사, 하는 마음으로 모두에게 선물을 해드렸다. 제일 먼저 읽으신 분께서 책방지기 선생님께 연락이 와, 케이크를 가져올 테니 작게나마 파티를 하자고 하셨다. 경주에서 음악회를 진행하시는 회원님은 스피커와 마이크를 들고 오겠으니 시와 음악이 함께 있는 날을 만들어 보자고 하셨다. 너무 든든했다.


짜인 각본 따윈 없었는데,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연극배우, 정재화 선생님께서 감사하게도, 회의차 처음 만났던 날에 출간기념행사가 있으시면 본인이 직접 낭송을 해드릴 테니 불러달라고 하셨다.…… ^^ 목소리 좋으신 분의 제안을 놓칠 수는 없었다.


케이크를 준비해 주신 분께서 갑자기 독감에 걸리는 바람에 오지 못하셨지만 마음만으로는 함께였고, 축하연주를 준비하며 매일 기타 연습을 하던 남편도 업무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moon river”를 집에서 자주 들었으니 그걸로 족했다. 여러 가지 개인 적인 사정과 이유로 행사에 가고 싶었으나 가지 못해 미안하다는 연락들을 받았는데, 마음 만으로도 충분하고 충분했다.


가만히 축하만 받기 좀 그래서, 감사의 뜻으로 주문한 답례떡에, 떡공방 사장님이 그려 넣어주신 오선지와 음표가 발랄했다. 떡을 싣고(?) 바이허니로 향했다.



아름다운 음악으로 시작된 출간 기념회, 시작은 표제작 낭독이었다. 연극배우신지라, 연극의 ”독백“에 빗대어 감상을 나눠주셨다. 누군가의 삶의 고백이 간혹 나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는 순간이 있다고. 멋지고 잘생기신 배우님의 낭독이 끝나자, 다들 그다음 차례로 시를 읽기 싫어서(?) 만류하는 재밌는 풍경도 펼쳐졌다. 그러다 용기 있게 “지각”이란 시를 읽어주신 회원님. (감사합니다^^) 기권하지 않겠노라는 시인의 고백에 박수를 보내고 싶으셨다며 응원을 주셨다.


또 한 분은 머리 시 “그 밤”을 읽으시며 그리운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셨다. 식당일을 하시며 아파도 단 하루도 쉬지 않았던 어머니의 음식이, 그 정성과 사랑이 떠올랐다며 두 눈이 시뻘게지시는 바람에 나도 울어버렸다. 누구에게나 “그 밤”처럼 “그(The)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모두 공감할 것 같다고. 그리고 김 필의 그때 그 아이를 선곡해 주셨다. 마지막 가사에 나는 왠지 모르게 큰 응원을 받은 기분이었다. “먼 훗날, 그때 그 아인, 꿈꿔왔던 모든 걸 가진 거냐고”



센스 넘치게 밤을 구워오신 분의 감상도 인상 깊었다. 사람을 먼저 알게 된 후, 그 사람의 시집을 읽게 되는 경우는 흔치 않아서, 한 참 동안을 자신이 만난 양윤미가 이 사람이 맞나 하셨다며. “사과나무”를 읽어주시면서 본인은 아이들에게 생선가시를 발라주지 않는다는 재밌는 말씀도 해주셨다. “답을 몰라도”를 읽어주신 분께서는 마치 내 속에 들어왔다가 나가신 건지, 그 시를 쓰면서 들었던 나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내고 계셨다. 이 시집의 전체를 관통하는 시가 “답을 몰라도”같다 하시며, 꽃이 피어나고 있음이 희망적이다라고 해주셨다.


물기 어린 나눔에 나도 풍성했던 시간. 신중현 대표님께서 수준 높은 북토크라 하셔서, 덩달아 뿌듯해지는 날이었다. 대표님께서는 자신의 인생 시집이 피재현 시인의 <원더우먼 윤채선>, 이 철 시인의 <단풍 콩잎 가족>이라 하셨는데, 거기에 내 시집도 추가하신단다. 영광일 따름이다.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한 사람의 시집을 정성스레 읽어주신 시 읽기 모임 분들과 자리를 빛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또 감사한 시간이었다. 왠지, 겨울의 초입이 춥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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