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소공 Nov 03. 2024

8. 겁쟁이 하니, 빙구!

좋아하는 장난감과 무서운 장난감!

안녕하세요, 하니에요.


제가 2주 동안이나 두문불출해 혹시 궁금하셨나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


오늘도 그렇게 자랑스러운 얘기는 아니에요. 제가 좋아하는 장난감 얘기인데요. 혹시 제가 덩치가 큰 데다 남자라는 이유로 남성미 뿜뿜 풍기는 큰 장난감 좋아한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에요.


저는요. 아주 귀엽고 작은 장난감을 좋아해요.


저 빨간 곰인형 보이시죠? 느무느무 귀엽잖아요. 사실 저 인형은 제 첫사랑 꽃순이 엄마가 준 거예요. 어쩌면 제 장모가 될 뻔한 분이셨죠. 저를 엄청 귀여워했는데… 지금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워요.


저는 저 인형을 하루 종일 물고 빨아도 지치지 않을 만큼 좋아했답니다. 그런데 역시 매일 물고 빨고 했더니, 금방 닳아서 없어지더군요. 좀 살살할걸. 아쉬워요. 누가 그렇게 될 줄 알았나요?


그러고 나서 누나가 곰인형을 선물했어요. 제 생일 선물이었는데, 이름이 ‘닥터 베어’였어요. 이 곰인형도 좋아했어요. 그런데 ‘베어’ 면 ‘베어’지, 왜 ‘닥터’가 붙었을까요? 엄마랑 누나가 타이완에 살 때 다니던 단골 소아과 병원 이름이 ‘닥터 베어’였다더니, 그래서 붙였나 봐요.


저는 이 ‘닥터 베어’도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어느 날 없어져 버렸어요. 글쎄 우리 엄마가 너무 더럽고 냄새난다면서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지 뭐예요. 아니, 우리 엄마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어떻게 제가 그토록 사랑하는 ‘닥터 베어’를 그렇게 쓰레기통에 버릴 수가 있죠?


음… 사실은 제가 닥터 베어를 너무 사랑해서 물고 흔드는 바람에 팔이 떨어져 나가 버렸어요. 엄마는 그걸 꿰매다가 열받아서 그냥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대요.


그런데요. 그다음에 엄마가 가져온 장난감이 뭔지 아세요? 그게 바로 ‘악어’였어요. 그것도 움직이는 악어요.


지금도 악어 생각만 하면 오금이 저려요. 솥뚜껑 보고 놀란 가슴 자라 보고도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면서요. 가만, 반대인가? 뭐, 모히토에 가서 몰디브를 마시든, 몰디브에 가서 모히토를 마시든, 그게 그거 아닌가요?


어쨌거나 그 악어 때문에 움직이는 모든 동물을 무서워하게 됐어요. 사실 동물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식물도 무서워한다는 건 안 비밀이에요.


제가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뱀을 만나게 됐거든요. 엄마가 사는 곳은 시골이라 길에서 종종 뱀도 마주쳐요. 그런데 제가 너무 놀라서 화들짝 몸을 떠는 바람에 엄마는 더 놀랐대요. 거의 주저앉을 뻔했다네요.


그리고 가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아니 나뭇잎에도 저는 놀라요. 근데 있잖아요. 제가 길을 걷는데, 나뭇잎이 갑자기 흔들리면 좀 무섭지 않나요?


어쨌거나 제가 이렇게 무서워하는 게 많다 보니, 제 별명이 ‘빙구’가 됐어요. 엄마는 저를 종종 ‘빙구’라고 불러요. “야, 빙구 하니!”라고도 부르고요. 우리 엄마는 가끔 보면 말투가 참...(싸가지 없다는 말 외에 다른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아, 그러니까 격이 좀 떨어진다는 뜻이에요.(쉿, 우리 엄마한테 비밀이에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우리 엄마를 사랑해요. 우리 엄마니까요. ^^


#하니 #골든레트리버 #견생일기 #장난감 




매거진의 이전글 하니의 견생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