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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온 Mar 14. 2023

[설레는 시 필사] 7. 택배, 정호승

택배


슬픔이 택배로 왔다.

누가 보냈는지 모른다.

보낸 사람 이름도 주소도 적혀 있지 않다.

서둘러 슬픔의 박스와 포장지를 벗긴다.

벗겨도 벗겨도 슬픔은 나오지 않는다.

누가 보낸 슬픔의 제품이길래

얼마나 아름다운 슬픔이길래

사랑을 잃고 두 눈이 멀어

겨우 밥이나 먹고 사는 나에게 배송돼 왔나.

포장된 슬픔은 나를 슬프게 한다.

살아갈 날보다 죽어갈 날이 더 많은

나에게 택배로 온 슬픔이여.

슬픔의 포장지를 스스로 벗고

일생에 단 한 번만이라도 나에게만은

슬픔의 진실된 얼굴을 보여다오.

마지막 한방울 눈물이 남을 때까지

얼어붙은 슬픔을 택배로 보내고

누가 저 눈길 위에서 울고 있는지

그를 찾아 눈길을 걸어가야 한다.






*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란 그 사람의 슬픔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 경험한 것은 공감할 수 있으나 경험하지 못한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 상상력을 써서라도 타인을 공감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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