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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온 May 02. 2023

[설레는 시 필사] 22. 청혼, 진은영

청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한

쓴 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조각처럼





* 결혼보다 연애가 더 좋은 이유는 비누거품처럼 더 순결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애보다 결혼이 더 좋은 건 인류가 아닌 오직 한 사람을 위해 투명하게 예상되는 슬픔을 감내하겠다고 약속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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