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부모와의 오붓한 데이트
우린 아이가 셋이다. 아이가 셋이나 되다 보니 나와 남편이 모든 에너지를 육아에 쏟는다고 해도(실제로 그러지도 못하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갈구한다. 예전에 비해 자신이 받는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다. 사실이기도 하고 말이다.
형제자매가 생기면서 느꼈을 상실감이 가장 큰 아이는 누구일까. 아마 첫째가 아닐까?
온집안 식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다가 라이벌이 생겨 나면서 부모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을 첫째.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했으려나.
우리집 첫째도 그랬다. 둘째가 내 품에 안겨있는 모습을 용납하지 않았다. 우리가 안 볼 때 때리기도 했다. 속이야 상했지만 이게 첫째 아이의 잘못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둘째인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첫째들의 애환이 분명 존재할 테니까. (남편은 첫째라 그런지 유독 첫째 아이에게 관대하다. ㅋㅋ)
첫째 아이에게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뭘까.
그건 바로 엄마와 아빠를 독차지하던 그 느낌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거다. 동생들이 태어났어도 엄마아빠는 여전히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 해주면 된다. 물론 엄청난 애정표현과 함께. 평소에는 금지했던 달콤한 간식 같은 걸 허용해주면 효과는 더 커진다.
오늘이 바로 첫째에게 그런 호사(?)를 누리게 해주는 날이었다. 셋째는 도우미 선생님께 잠시 맡겨 놓고, 둘째는 어린이집에 먼저 등원시켰다. 집을 나서기 전, 첫째에게 오늘의 은밀한 계획을 미리 알려주었다.
"00아, 00이는 오늘 병원에 가서 키와 몸무게를 재는 검사를 해야 해. 아픈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대신 동생들 없이 엄마아빠랑 00이만 갈 거야. 병원에서 검사를 잘 받고 나면 엄마아빠랑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렸다가 어린이집에 가자!"
신나서 싱글벙글 웃는 아이를 보니 가슴 한켠이 짠하다. 평소라면 가기 싫어하던 병원도 동생들 없이 혼자서 간다고 하니 기쁘게 집을 나서는 첫째. 병원마저 기꺼이 갈 만큼 아이는 우리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던 걸까.
아이는 아이스크림 대신 빵을 선택했다. 파리바게트에 들어갔더니 자긴 뚜레쥬르 소금빵이 더 맛있다며 그리로 가자 한다. 이제 겨우 5살인데 취향이 꽤 뚜렷하다. 소금빵 위에 붙어있는 소금을 뜯어 먹으며 "심심할 땐 소금을 먹어야지!"하고, 부드러운 속살을 뜯으면서는 "이건 꼭 솜사탕 같아." 한다. 평소라면 절대 사주지 않았을 딸기우유도 기꺼이 허용한 하루. 딸기우유를 손에 꼭 쥔 채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니 그걸로 되었다 싶다.
앞으로도 이런 시간을 종종 선물해줘야 겠다.
첫째에게도, 둘째에게도, 셋째에게도.
말처럼 쉽지야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내가 육아에 전념할 시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