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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未 / 來

다 잘 될 거야

by 신동욱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고, 지금도 나름 최선을 다해 살고 있지만, 가끔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엄습해온다. '미래(未來), 아직 오지 않은 때'. 우리가 미래를 불안해하는 이유는 아직 오지 않은 때이기 때문이다.


'未'(아닐 미)는 木(나무 목) 위에 '一'(한 일)이 그어진 모습이다. 나무에 나뭇잎이 무성한 모습을 표현했다는데, 어쩌다가 이 한자는 '아직 아니다'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을까. 내 생각에는 잎만 무성할 뿐 정작 열매는 아직 맺지 못했기에 그런 뜻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싶다. '來'(올 래)는 원래 ‘보리’를 뜻하는 한자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麥'(보리 맥)이란 한자와도 비슷하게 닮았다. '보리 익는 때가 올 것'이라는 믿음에서 來에는 온다는 뜻이 생겼다. 未來를 한 자씩 뜯어보니,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다.


'보리가 무성하지만, 아직 알곡은 맺지 못한 때.'


지난 내 인생을 돌아보면 부단히도 보리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가꾸어 왔다. 보리가 점점 자라고 조금씩 무성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알곡은 무르익지 않았다. 未처럼 잎만 무성할 뿐 아직 제대로 열매를 맺은 건 없다. 아마도 미래에 대한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여기에서 오는 게 아닐까.


'난 지금 제대로 가는 게 맞는 건가? 이 길을 계속 가다 보면 내가 원하는 길이 정말 나올까?'


아직 보리가 여물지 않은 기간을 거쳐가고 있기에 인생의 보리고개를 지나는 중이다. 그런데 보리고개는 현재의 고난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역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굶주림으로 힘든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힘은 곧 보리를 추수할 때가 올 것이라는 희망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느껴진다면 다시 이렇게 생각해보자. 씨앗을 심는 것은 나의 노력이지만, 마침내 보리가 여물게 되는 것은 비를 내리고 자라게 하는 하늘의 선물이다. 때가 되면 보리는 반드시 익는다. 그러니 나에게 너무 걱정은 하지 말자고 다독이며 이렇게 말해주자.


'다 잘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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