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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욱 Mar 24. 2022

나도 그중의 한 명이길

[외전] 재무 담당자로 먹고 삽니다 (4)

직장인들에게 '재무는 어떤 인상이 떠오르시나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딱딱한 이미지라고 답하지 않을까 싶다. 대체로 그게 사실인 것은 맞지만. 그래도  이 딱딱한 재무 일도 하다 보면 가끔 인간적인 따스함을 느낄 때가 있다.


급여 전표를 결재할 때마다, 이 월급을 받아서 신용카드값도 내고 대출이자도 내고 여윳돈이 좀 되면 적금도 붓고 퇴근길에 치킨 한 마리 사서 집에 들어가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그려져서 기분 좋다.


협력업체에 대금을 지급할 때마다, 이 돈으로 직원들 월급 주고 법카로 소고기 회식도 한 번씩 시켜줄 사장님 모습이 그려져서 기분 좋다.


세무 업무를 맡으면 국세청, 세무서 등에서 날아드는 온갖 종류의 통지서, 고지서 따위의 서류를 받는다. 그중에는 학자금 대출을 했던 직원들의 대출금 상환을 위해 급여에서 공제해서 납부해달라는 통지서가 있다. 그 서류를 보면 부모 도움 없이 스스로 학비 마련하며 열심히 공부했을 그 직원들의 대학시절이 떠오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짠해진다. 딱히 잘 알지도 못하는 직원이지만, 마음속으로나마 그의 앞날을 응원하고 싶어 진다.


때로 학자금 대출 상환이 이제 끝났으니, 더 이상 급여 공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통지서를 받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은 괜스레 기분이 업되어서는 그 서류를 급여 담당자에게 넘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오늘 하루도 씩씩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 참 불합리한 일도 많고 나쁜 놈들도 많은 세상이다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굴러간다는 건 그렇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더 많기 때문이리라.


주어진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이 땅의 모든 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나도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그 어느 날까지, 그중의 한 명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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