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했던 반년 간의 캘리포니아 살이를 마치며
If I was in LA, I could be safe and warm.
California dreaming on such a winder day
(LA에 있었다면 안전하고 따뜻할 텐데
이 추운 겨울날 캘리포니아를 그리네)
60년대 미국 그룹인 마마스 앤 파파스(Mamas and Papas)의 노래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에 나오는 가사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날씨는 춥고, 반년 간의 캘리포니아 생활이 꿈만 같다. 이 노래가 생각났다. 물론 코로나 시국에 한국이 더 안전하지만 캘리포니아의 포근한 날씨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감사했다, 아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반년 간의 캘리포니아 생활. 캘리포니아의 파아란 하늘은 넓었고 그 노랗고 붉은 노을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나와 욱이의 시각이, 그리고 마음이 조금은 넓어졌으리라 믿는다.
외국, 그것도 다양한 인종이 섞여 지내는 캘리포니아 같은 곳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다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의 반년살이를 통해 새삼 중요하게 느낀 것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다름'은 아들 욱이와의 관계에서부터 시작해서, 홈 스테이 호스트인 더그와 쥴리, 학교에서 만난 사람들, 모임에서 만나는 친구들, 마트나 식당에서 만나는 인근 주인들에게서 모두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름'을 찾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다. 그만큼 우리는 서로 다르다.
하지만 그 많은 다름 속에서 우리는 또한 '같음'을 찾아내고 기뻐한다. 피부색도, 쓰는 말도, 관습도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같은 인간으로서의 공통점을 찾아내어 동질감을 느끼는 것만큼 기쁜 순간도 없다. 우리는 모두 본질적으로 같으면서 다르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곧 존중을 의미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이고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존중할 수 있게 된다. 젖먹이 때부터 키운 내 자식이지만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 나와는 완전히 다른 인격체가 되는 것이다.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내 뜻대로 해보려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관심을 넘어 집착이 되기 쉽다.
이번 캘리포니아 살이에서 내 가장 큰 화두는 아들 욱이와 친해지기였다. 물론 절친이 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서로 무엇이 다르며 어떤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거리가 가장 적절한 지를 알게 된 귀한 시간이었다. 태양계의 행성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공전하고 달도 지구의 주위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돌듯이, 우주에 있는 모든 존재들에게는 적절한 거리가 필요한 것 같다. 욱이와의 관계에도 물론 이런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품 안에 꼭 끌어안고 나와 같이 움직이게 하려는 마음처럼 부적절한 것도 없다.
다른 문화에 대한 포용과 이해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섬 같은 존재이다. 섬은 본질적으로 독립적이라 외롭다. 하지만 다르게 이해하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어떤 사람과도 다리(Bridge)를 놓을 수 있고 이 다리를 통해 우리의 마음이 오고 갈 수 있다.
반년 간의 캘리포니아 살이에서 내가 배운 것은 '다름'이다. 다름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면 오해가 되고 다툼이 일어나지만, 다름을 잘 받아들이면 이해와 존중의 다리를 놓을 수 있다. 내 캘리포니아 살이가 가족과 친구와 동료들에게 놓인 다리를 더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