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필름아트센터에서 영화보기 2 - 그리스도 전태일, 태일이 오빠가 되다
제작이 발표된 시점부터 관심이 모아진 애니메이션이었다. 작은 후원을 하고 나서, 개봉을 손꼽아 기다렸다. 실사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지는 전태일의 이야기. 명필름이 제작을 했고 많은 분들이 후원하여 만들어진 작품을 나의 최애 극장, 명필름아트센터에서 보았다.
작품은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전태일 평전이나 홍경인이 전태일을 연기한 박광수 감독의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과 살짝 다른 길을 걷는다. 마치 예수의 십자가 죽음과도 비교될 수 있는 분신이라는 처절한 아픔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당시 청년이었던 인간 전태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말하자면 그리스도 예수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나자렛 출신 청년 예수의 삶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고나 할까.
옷 만드는 재단사 태일이는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어린 시다들에게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젊은이였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법, 근로기준법이 그를 투사로 만들었다. 대체로 근로시간이 준수되는 세상(물론 아직도 지켜지지 않는 열악한 사업장도 많다)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모두 태일이에게 빚졌다. 그가 목숨을 버리며 외친 구호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가 울려펴진 이후, 세상은 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버스비로 시다들에게 풀빵을 사주고 심야에 세시간이 넘게 집까지 걸어간 마음 따뜻한 오빠, 태일이. 태일이는 예수였다. 이 작품은 예수 태일이가 가졌던 따뜻한 인간의 온기를 우리에게 다시 전해주고 있다. 양극화와 세계화로 각자 도생하기에 바쁜 오늘날, 태일이가 나눠주는 풀빵은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나누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