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필름아트센터에서 영화보기1
충격적인 영화였다.
여성의 몸을 소재로 한 영화였지만 보는 내내 남자인 내 몸도 같이 아팠다.
감독은 임신중지의 권리가 없던 60년대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여인의 외로운 싸움을 가감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적나라하고 충격적인 장면들이 없었다면 이 영화의 성공(2021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도 없었을 것이다.
작품 속 주인공 안은 투사다.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서 임신중절을 하고자 하는 안을 도와주는 이는 한 명도 없다. 물론 나중에 주변의 친한 친구들이 걱정해주기는 하지만, 그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게 다다. 안은 철저히 혼자가 되어 외롭게 세상의 벽과 싸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한 여성 투사의 이야기라고 부르고 싶다.
안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자, 의사들, 친구들 심지어 아이 아버지인 남자까지 모두 무언가 피해야 할 것을 만난 것 처럼 반응한다. 모두 하나 같이 연루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장면들에서 불온한 사상에 연루되기를 두려워하고 무슨 위험한 전염병처럼 여기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그 시대에 투표권도 없던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것, 특히 임신중지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불온한 사상과도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안은 그 두터운 세상의 벽에 홀로 맞선다. 그리고 결국 뜻을 이루어 자신의 글을 쓴다. 작가가 된다.
세상은 투사들에 의해 바뀐다. 어떤 위험에도 굴하지 않고 앞서서 나서는 투사들이 있다. 이 투사들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때는 혁명이 일어난다. 지금 당연한 것이 되어 있는 것들, 예를 들자면, 여성의 투표권, 노예해방, 인종차별 반대, 성소수자의 권리, 노동자의 권리 이런 것들은 모두 그냥 공짜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피흘려 싸우기도 하고 고귀한 생명을 바치기도 하며 쟁취한 것이다.
라벤느망, 사건이라는 뜻이다. 이 영화는 한 여성에게 일어난 임신이라는 사건을 통해,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인정받기 까지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피눈물을 흘렸을가를 생각하게 한다. 또한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은 이렇게 외로운 싸움을 해낸 많은 투사들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