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떼 May 18. 2022

(시네클럽) 개별성을 넘어선 공동성의 승리

명필름아트센터에서 영화보기3 - <위대한 계약-도시, 책, 파주>

고양시 주민인 나에게 파주출판도시는 지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멀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30분 정도면 다녀 올 수 있는 곳. 물론 주로 명필름아트센터에 가끔 영화를 보러 다니지만 아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는 5월의 어린이 책 잔치, 가을에는 파주 북(book)소리 행사를 보러다니기도 했다.      


오늘, 파주출판도시가 만들어지게 된 과정과 변화하는 모습을 다룬 다큐 <위대한 계약 : 도시, 책, 파주>를 파주출판도시 안에 있는 명필름아트센터에서 보았다. 다큐영화의 대상이 된 곳 안에서, 그것도 영화에 중심 건물로 자주 나온 명필름에서 보는 기분은 특이했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명필름아트센터


나는 파주출판도시를 띄엄띄엄 알고 있었다. 아니, 잘 몰랐다.    


파주출판도시는 출판인들의 산행 모임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꿈과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한 사람의 갑부가 나서서 거금을 쾌척한다고 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많은 출판인들과 건축가들이 머리를 모으고 마음을 합하여야 되는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파주출판도시를 처음 구상했던 출판인들과 건축가들


출판가로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많을 것이고 건축가로서 기능성과 예술성에 대한 자기주장이 많았을 것이지만 이들은 이 어려운 일을 함께 해냈다. 이것이 이 도시가 위대한 이유이고, 이들이 맺은 계약을 “위대한 계약”으로 부른 이유이다.  

출판인들과 건축가들은 함께 가기 위하여 개인의 유불리를 초월한 "위대한 계약"을 맺는다


이 도시는 출판으로 시작했지만 영화와 미술, 음악 등 예술 전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하나의 꿈이었던 일이 실현된 것이다. 우리는 거대하고 복잡한 프로젝트를 만나면 그것의 어려움을 먼저 생각하고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이 출판도시를 만든 많은 이들은 이 도시가 만들어졌을 때를 함께 상상하며 어려움들을 넘어섰다.      

개별성을 넘어선 공동성, 파주출판도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싶다. 수많은 개별성들이 자기 색깔을 조금씩 줄여가며 함께 만들어갈 큰 그림에 집중했기 때문에 이 엄청난 프로젝트가 성공했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다큐의 장점 중 하나는, 파주 프리미엄아웃렛이 함께 들어온 2단계 사업이 진행된 이후 각 출판사 간 이익분쟁인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 생태계가 고립되어 있어서 건강성이 떨어진다는 것 등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출판도시 안에서 보고 이 글도 쓰고 있다. 내가 바로 이 출판도시의 혜택을 보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다. 함께 가기 위해 개인을 조금 낮춘 위대한 계약이라는 사례는 자본의 이익추구가 극대화 되고 있는 요즘 세상에 우리에게 어떤 것이 위대한가 생각해보게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