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필름아트센터에서 영화보기3 - <위대한 계약-도시, 책, 파주>
고양시 주민인 나에게 파주출판도시는 지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멀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30분 정도면 다녀 올 수 있는 곳. 물론 주로 명필름아트센터에 가끔 영화를 보러 다니지만 아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는 5월의 어린이 책 잔치, 가을에는 파주 북(book)소리 행사를 보러다니기도 했다.
오늘, 파주출판도시가 만들어지게 된 과정과 변화하는 모습을 다룬 다큐 <위대한 계약 : 도시, 책, 파주>를 파주출판도시 안에 있는 명필름아트센터에서 보았다. 다큐영화의 대상이 된 곳 안에서, 그것도 영화에 중심 건물로 자주 나온 명필름에서 보는 기분은 특이했다.
나는 파주출판도시를 띄엄띄엄 알고 있었다. 아니, 잘 몰랐다.
파주출판도시는 출판인들의 산행 모임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꿈과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한 사람의 갑부가 나서서 거금을 쾌척한다고 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많은 출판인들과 건축가들이 머리를 모으고 마음을 합하여야 되는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출판가로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많을 것이고 건축가로서 기능성과 예술성에 대한 자기주장이 많았을 것이지만 이들은 이 어려운 일을 함께 해냈다. 이것이 이 도시가 위대한 이유이고, 이들이 맺은 계약을 “위대한 계약”으로 부른 이유이다.
이 도시는 출판으로 시작했지만 영화와 미술, 음악 등 예술 전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하나의 꿈이었던 일이 실현된 것이다. 우리는 거대하고 복잡한 프로젝트를 만나면 그것의 어려움을 먼저 생각하고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이 출판도시를 만든 많은 이들은 이 도시가 만들어졌을 때를 함께 상상하며 어려움들을 넘어섰다.
개별성을 넘어선 공동성, 파주출판도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싶다. 수많은 개별성들이 자기 색깔을 조금씩 줄여가며 함께 만들어갈 큰 그림에 집중했기 때문에 이 엄청난 프로젝트가 성공했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다큐의 장점 중 하나는, 파주 프리미엄아웃렛이 함께 들어온 2단계 사업이 진행된 이후 각 출판사 간 이익분쟁인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 생태계가 고립되어 있어서 건강성이 떨어진다는 것 등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출판도시 안에서 보고 이 글도 쓰고 있다. 내가 바로 이 출판도시의 혜택을 보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다. 함께 가기 위해 개인을 조금 낮춘 위대한 계약이라는 사례는 자본의 이익추구가 극대화 되고 있는 요즘 세상에 우리에게 어떤 것이 위대한가 생각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