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필름에서 영화보기 6 - 미지와의 조우
SF를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스티븐 스필버그가 거의 50년 전(77년)에 만든 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를 봤다. 상영후 곽재식 SF작가와의 대화도 이어진 행사였다.
거의 50년 전에(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는 아니고^^)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그 당시에 벌써 헐리우드라는 잘 갖춰진 영화산업을 가진 미국의 자본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스필버그라는 내공있는 감독의 실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작품이다.
곽재식 작가의 설명대로, 외계인과 맞서 싸우거나 외계인을 만나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외계인을 만나기까지 벌어지는 이야기를 점층적인 기법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쳤다. 그 가운데 아이와 엄마를 다룬 가족의 이야기도 등장하지만 전통적인 헐리우드식 가족주의에서 벗어나는 이야기 구조도 있어 흥미롭다.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장면은 주인공 래리가, 정부에서 화학물질이 누출되어서 방독면을 써야한다고 경고하여 모든이가 방독면을 쓰고 있는상황에서 이를 외계인에 대한 비밀을 감추려는 정부의 조작으로 확신하고 정말 용감하게 먼저 방독면을 벗어 젖히는 장면이다.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광대한 우주에 지구와 비슷한 행성과 함께 인류와 비슷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이런 생명체간에 조우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따라서 외계인은 유령, 귀신, 좀비, 뱀파이어 등과 같은 반열이다. 문학과 영화에서 이들을 자주 쓰는 것은 이 소재를 통해 말할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범접할 수 없는 두려운 존재와 그로 인한 재난 속에서 인간의 본모습과 추악한 욕망 등이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