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필름아트센터에서 영화보기 9 - 엘비스
흑인동네에서 자란 어린 엘비스가 천막 교회 부흥회에 가서 음악 속에서 해방감을 느끼며 전율하는 장면이 인상에 깊이 새겨진다. 음악을 통해서 현실의 걱정과 괴로움을 잠시 잊고 해방되는 흑인교회 안의 풍경은 그들에게 음악이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님을 보여준다.
엘비스는 이렇게 흑인들의 음악을 즐기며 음악적으로 성장하여 가장 유명한 가수의 반열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엘비스의 재능과 상품가치를 먼저 알아보고 자신의 비즈니스 수완을 발휘한 사람이 바로 톰 파커다. 세상 사람들은 이 파커 대령이 엘비스에게 족쇄를 채워 노예처럼 부려먹었다고 쉽게 생각하겠지만, 결국 모든 선택은 엘비스와 그의 가족들이 한 것이다. 쇼 비즈니스의 세계는 인간적인 정으로 굴러가는 곳이 아니다. 철저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이용하는 곳이다. 그래서 아무리 파커 대령이라는 인물이 사기꾼 캐릭터라고 해도 모든 비난을 파커 대령이 받는 것은 맞지 않는다.
엘비스는 음악과 가족, 팬들의 사랑, 그리고 돈과 명예 모든 것을 가졌다. 하지만 그는 팬들의 사랑에 너무 빠져든 나머지 중독되었다. 무대 위에서의 그 열광적인 환호를 잊지 못하고 무대를 내려와서는 공허함에 시달린 나머지 약물에 의존하게 된다. 무리한 스케줄로 몸이 망가진 엘비스에게 약물을 주입하여 무대에 세운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엘비스 자신이 약물에 중독된 것이다.
결국, 모든 선택은 엘비스 자신이 한 것이다. 음악으로 해방되었고 계속 해방되기를 꿈꾸었으나 관객의 사랑이라는 끊을 수 없는 마약에 빠져 가족을 떠나보내고 스스로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음악이 좋고 음악 하는 순간 해방되던 젊은 엘비스가 슈퍼스타가 되면서 초심을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짧은 생애동안 하고 싶은 음악을 원 없이 했고 그것으로 시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았으니 행복한 사람이다.
예술로 해방되는 것은 저절로 되지 않는다. 때론 힘든 수련의 시간이, 때론 절제와 초심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