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령을 받았던 2007년의 학교는 내가 다녔던 과거의 초등학교 같았다. 물론 학생으로서 느꼈던 부분과 교사로서 느끼는 부분은 달랐지만 전체적인 시스템이 비슷했다. 일기, 독서록, 생활본, 회장선거, 특별실 청소 등등등, 교사로서 익숙하지 않은 부분도 다소 있었지만 대부분 '아, 내가 초등학교때 했던 그거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당시 23살 나의 눈에 비친 학교의 첫인상은 내가 다녔던 90년대 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교와 교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에게는 꽤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게다가 열심히 하는 교사에게는 더 많은 일이 몰려오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교사는 외면하고 배척하는 곳. 그런 곳이 바로 학교였다.
"학교생활 어때?"
"학교는 열심히 하려면 끝도 없고 대충 해도 아무도 모르는 곳이야."
교사가 된 나에게 누군가 학교생활에 대해 물어볼 때면 나는 이렇게 자조 섞인 말을 하곤 했다. 나도 모르게 조금 더 편하게 하는 법을 익혔고 불합리한 일에도 먼저 나서서 목소리 내지 않은 것에 익숙해졌다.
그렇게 5년이 지나 2번째 학교에 발령받았다. 2012년 2번째 학교로 발령받은 학교는 혁신학교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남한산초등학교를 롤 모델 삼아 혁신학교가 각광을 받고 있을 시기였다. 나도 TV에서 남한산초등학교의 이야기를 보고 "정말 저런 학교가 있다고?"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런 비슷한 학교에 발령을 받은 것이다. 반갑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다.
지금은 혁신학교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고 누군가는 혁신학교는 실패했다고 하기도 한다. 또 너무 많은 혁신학교가 갑자기 생기는 바람에 혁신학교에서 무엇을 혁신하는지도 희미해졌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시작을 되돌아보면 학교 현장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
'교사'라는 직업에 회의감을 느낄 즈음 그리고 내 아이를 키우며 교육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될 즈음, 혁신학교를 만난 건 나에게 정말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혁신학교에서 여러 선생님들과 어린이들을 만나며 가르치는 일에 만족감과 자부심을 갖게 되었고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었다.
여전히 혁신학교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많다. 몇몇 혁신학교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면서 생각한 혁신학교에 대해 글을 써보고자 한다. 물론 같은 혁신학교에서 근무하면서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으시는 선생님이 계실 수도 있다. 또 학부모로서 혁신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분도 계실 수 있다. 학교라는 공간은 워낙 많은 사람이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보니 모두에게 똑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만난 그리고 선생님들과 함께 만들어간 혁신학교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혁신학교 #서울형혁신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