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가슴에 얹고 아빠 가슴엔 못을 박았다
나만 친정 없잖아 다 친정 가는데!
산후도우미님 계약이 끝날 때쯤 길 잃은 미아처럼 불안해하다가 연장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통상 산후도우미 비용은 국가에서 지원해 줘서 산모가 지불하는 금액은 1/3 수준이다. 한 달쯤 연장할 생각이니 최소 200만 원에서 300만 원은 필요했다.
안되면 말고,라는 생각으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큰딸이 첫 손주를 키우는데 SOS를 치면 금전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돌아온 대답은 No. 이미 여러 번 들었던 나의 신생아시절 육아썰만 한가득 들었다. 거기까진 괜찮았는데. 무서워도, 두려워도 직접 아기를 보라고 무작정 타박하는 게 미웠다. 기껏해야 애 목욕시키고 젖병 닦아주는 게 다이지 않냐고 했다. 그 시간이 확보되어서 내가 운동도 공부도 산책도 할 수 있다는 건 생각도 않고.
그러다 홧김에 질러버렸다. 주변에서는 다들 병원-조리원-산후도우미-남편육아휴직의 코스가 끝나면 이런저런 핑계로 친정으로 들어갔다. 이러나저러나 애기 맡길 데 없어 동동 구를 때 초산모를 기꺼이 도울 이는 엄마인 모양이었다.
‘나는 어디 맡길 데도 없지 않으냐’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건데 아빠를 공격하는 말이 되었고, 우리는 전화를 끊고 다시 걸고 하며 상처를 주고받았다.
결국 금전적 지원은 얻어내지 못했지만 다음날 나는 큰 맘을 먹고 사비로 연장을 진행하기로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큰 금액인 데다가 업체에서도 국가지원 없이는 연장을 크게 추천하지 않는다며 거듭 생각해 보라고 했지만 강행했다. 남편의 한 달 월급에 맞먹는 금액을 한 달이 조금 안 되는 기간에 쓰다니. 그래도 나를 위해 이 정도 사치는 부리고 싶었다. 평생을 엄마가 없어서 아쉬운 적이 없었는데, 임신 때부터 그렇게 서럽더라니. 이렇게라도 나를 돌보는 데에 과한 정성을 들여야 친정 엄마 없는 설움이 조금이라도 풀어지지 않을까 했다. 또, 그래야 아빠랑 싸우는 일도 안 생길 테니까.
아기를 키우면서 자신도 많이 성장한다고 들었다. 지금 나야말로 격변의 시기다. 어찌 보면 엄마 없는 설움이 30년 훌쩍 지나서야 터지고 또 치료되는 중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모르는 게 내리사랑일까. 매 새벽 가슴에 아기를 올리고 둥가둥가 재우면서 그날 저녁에는 아빠 가슴에 또 한 번 못을 박았다. 나를 위해, 아이를 위해, 아니 아빠를 위해 누구 도움 없이 육아를 척척 해내는 엄마가 얼른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