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엽에 날아 차기 맞은 썰

The Comfort Zone 벗어나기에 대한 저항?

by 권덕영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끝내 주는 풍경을 보는 것 그리고 우울은 왜 별개일까. 얼마 전 전두엽을 제대로 날아 차기당했다. 한국에서는 흔히 겪는 일이었지만 이곳에서는 거의 처음이었다. 이유 없이 아무 일도 할 수 없어지는 일 말이다. 학원도 빼먹은 채 3일 내리 잠만 잤다. 누가 우울은 수용성이라 했는가. 잠시 깨서 하루에 한 번은 꼭 씻었건만 스트레스볼처럼 찌그러진 전두엽은 제 기능을 회복하지 못했다.


까마귀한테 한 대 줘 터진 거 같은 전두엽은 이곳과 한국의 닮은 점을 상기시켰다. 인대가 나간 발목 때문에 멘탈도 나가버렸을 때 걸었던 숲길의 나무와 이곳의 나무가 엇비슷해 보였고, 방 안에서 잠만 자는 이곳의 내가 한국에서의 나와 겹쳤다.


어학원 쪽지 시험을 앞두고 도서관에 가서는 일기만 썼다.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해볼까 하던 차에는 장소가 질려서 일어났다. 일기를 쓰며 나름 내린 결론은 지난 3일이, 이곳에 와 The comfort zone을 벗어나려 노력했던 나의 한 달 하고도 반에 대한 저항이라는 것. 그냥 나름 지쳐서 그런 거라고 나에 대한 이해의 이해를 하기로 했다. 빨리 회복하려면 자기 관용을 베풀 수밖에 없다.


다들 해외살이를 하면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그래서 온통 NEW만 있는 줄 알았다. 오늘로써 알았다. OLD에도 하이라이트는 쳐질 수 있다.


이곳은 나의 관성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굳어진 일상의 바탕색 때문에 관성이 어떠한 장면의 배경사물처럼 보이지만, 해외에서는 백지 위 4B 연필의 주요 스케치처럼 보인다.


현실자각과는 완전히 다르다. 허무하고 덧없다기보다 나도 원래 내가 이런 사람인 걸 알았는데 한 번 더 레이블 당하는 기분이다.


삐빅 - 당신은 내향인입니다.

삐빅 - 당신은 회피형 내향인입니다.

삐빅 - 당신은 회피형 내향인이자 우울이 습관인 사람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자신의 길을 나아가고자 애쓰고 있으니 다 괜찮습니다. 전두엽이 지랄을 해주면 그대로 당하고 있다가 그 시간이 다 끝나고 나면 맞지랄 해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기다려라. 이 시기가 지나가면 오함마 들고 제대로 맞지랄을 해줄 것이다. (너무나 재밌게 놀 거라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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