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라고 생각했다
꽃인 줄만 알았다. 곱디 고운 분홍색으로 보나 겹겹이 포개진 모양새로 보나 틀림없는 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랄수록 그건 꽃이 아니라 잎이었다. 하기야 애초에 꽃의 정의가 예쁜 색깔, 예쁜 모양이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게 꽃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당연한 사실-예쁘다고 다 꽃인 것도 아니고, 꽃이 다 예쁜 것(우리 머릿속에서 꽃 하면 떠오르는 그것)은 아니란 걸 새삼 깨닫는다.
포도나무는 처음이다.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남원 그 어디쯤에서 다 자란 포도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포도를 딴 적은 있다. 물론 그때도 관심은 포도일 뿐, 잎을 눈여겨보지는 않았다. 포도나무 잎을 이토록 오래, 자세히 보는 것은 처음이고, 새순은 진짜 난생처음이다. 그러고 보니 아직도 난생처음인 것들이 너무나 많구나!
올봄에 나무 시장에서 포도나무를 사 와서 심었을 땐 별 기대가 없었다. 말라비틀어져서 죽은 나뭇가지처럼 생긴 탓에 생명의 기운 비슷한 것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새순이 나고 꽃이 피는 걸 보니 새삼 경이로울 따름. 포도나무는 처음이라 예뻐서, 신기해서 자꾸 보고 있노라니 포도에 대한 기대도 포도알처럼 영글어간다.
꽃으로 생각했던 새순은 분홍색에서 연두색으로 변해가고, 포도알을 닮은 꽃도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