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과 뱀

모든 게 좋을 수만은 없다

by 무엇이든 씁니다

봄의 끝자락을 잡고 나는 마지막 쑥 캐기에 한창이다. 엄마, 아빠는 봄에는 매일 쑥버무리를 먹을 정도로 쑥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집에 놀러오는 손님들에게 쑥버무리를 대접하고 엄청난 찬사를 들은 이후로 시간만 나면 나가서 쑥을 캔다. 4월에 보낸 쑥은 엄마 생일 선물이고, 5월에 보낼 쑥은 어버이날 선물이라고 했더니 엄마가 아이처럼 좋아한다. 자긴 돈보다 쑥이 더 좋다면서(진심이라 믿으며), 시장에서 산 재배한 쑥은 이렇게 깨끗하고 향긋하지 않다면서(이건 팩트!!). 이렇듯 엄마는 쑥에 진심이다.


나도 쑥에 진심이다. 왜냐면 기미를 부르는 봄볕을 무릅쓰고, 위험을 무릅쓰고 쑥을 캐기 때문이다. 지금 이맘때 쑥이 자라는 풀숲에는 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엄마가 어릴 때 친구들과 쑥 캐다가 뱀에 물린 적이 있다면서 내가 쑥 캐러 갈 때마다 엄마는 꼭 장화 신고 가고, 풀숲에 함부로 손을 넣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엄마는 나를 너무 모른다. 내가 얼마나 겁이 많은데. 쑥과 뱀은 한 세트고(미나리 영화에서 나오듯 미나리도 마찬가지) 쑥을 캘 때마다 뱀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뱀 때문에 쑥을 포기할 수는 없다. 뱀은 너무x2 무섭지만, 쑥을 너무x3 좋아하고, 이번 기회에 그동안 속 썩인 거 쑥 캐서 갖다 바치면서 속죄하고 싶어서 완전무장을 하고 최대한 조심하면서 쑥을 캔다.


친구가 물려준 빨간 장화


세상 일이 좋은 것만 취할 수는 없다. 좋은 것 안에는 꼭 안 좋은 것이 숨어 있다. 요즘 부쩍 그런 생각을 한다. 부부로 살아보니 의지가 될 때도 많지만 엄청난 인내와 타협을 요구한다. 아이를 키워보니 하늘이 주신 선물이지만 매 순간 엄청난 번뇌와 번민이 이어진다. 집을 지어보니 결과로서의 집은 좋지만 집을 짓는 과정에서 엄청난 시련이 숨겨져 있었다. 이웃들과 어울려 살아 보니 좋을 때도 있지만, 불편할 때도 많다. 정답은 없겠지. 선택의 문제다. 피하면서 살 것인가, 일단 해볼 것인가. 지금까지 선택하고 벌어진 건 피할 수 없으니 즐길 수 밖에.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선택을 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안다. 오늘은 장화 신고 나가서 쑥 캐는 걸로, 오늘은 그러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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