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엇이든 씁니다 Jun 15. 2021

이게 밥이 될까요?

내 밥그릇 챙기기?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삼시 세 끼를 따박따박 다 챙겨 드시는 분이 있다. 남편과 나는 아침에 커피 한 잔만 마시지만, 딸은 아침밥을 꼭 챙겨 먹는다. 밥이 없을 땐 빵이나 과일을 먹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밥을 좋아해서 밥을 찾는다. (아, 밥보다 더 좋아하는 라면이 있지만 아침에 라면을 먹진 않는다) 한국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한다는 둥, 사람은 밥심으로 사는 거라는 둥, 밥을 먹어야 머리가 돌아간다는 둥, 엄마의 두통도 결국 밥을 잘 안 먹어서 그렇다는 둥, 오히려 나에게 밥을 제대로 먹으라고 잔소리를 해댄다. 누가 보면 내가 밥을 적게 먹거나 거르는 줄 알겠지만, 난 밥을 별로 안 좋아할 뿐 다른 걸 매우 많이 먹는다는^^


밥을 좋아하는 딸은 6년 내내 모내기를 했다. 모내기는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중요한 연례행사다. 모내기뿐만 아니라 6학년은 길놀이를 위한 풍물 연습을 한 달씩 하고, 모를 찢고, 못줄 잡고, 맨발로 논에 들어가 하는 모내기를 하는데 나름 전통 방식이다. 여름에는 논에 가서 논생물 관찰하고, 가을에는 허수아비 만들어서 세우고, 추수하고, 그렇게 얻은 쌀로 떡을 만들어 떡볶이 만들어 먹는 것까지 1년을 걸쳐 진행되는 중요한 프로젝트다. 그린벨트 학교의 특권(?)교육이라고나 할까? 모내기를 해본 아이들이 1%나 될까? 학교 가까이에 논이 있고, 모내기가 학교 전통인 학교에 다닌 것이 아이의 인생에 어떤 영향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학교 모내기 현장


모내기할 때 일손이 많이 필요해서 학부모 봉사자를 모집하는데 6년 내내 시간이 안 맞아 참여를 못했다. 올해가 마지막 모내기여서 꼭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못 갔다. 살면서 언제 다시 모내기를 할 날이 올까? 딸에게도 마지막 모내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많이 아쉬웠다.



산책을 나갔다가 동네에서 모내기를 하고 남은 모를 좀 얻어왔다. 일요일 아침부터 늦잠을 자는 남편과 딸에게 모내기를 하자고 졸라댔다. 산에 가서 흙을 퍼와서 물을 부으면서 미니 논을 만들고, 딸이 모를 찢고, 남편이 모를 심기 시작했다. 근데 왜 모를 여러 개 함께 심어? 뒤에서 구경하던 내가 물었더니, 딸과 남편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히죽히죽 웃는 게 아닌가?


소꿉장난 같은 우리집 모내기


엄마, 모내기 안 해봤어?


응, 안 해봤는데...근데 모내기 좀 안 해봤다고 그렇게까지 무시하다니!!! 모내기 안 해본 나는 뒤에 찌그러져있고 농활(농촌봉사활동)깨나 다니신 남편과 6년 내내 모내기를 하신 따님은 소꿉장난 하듯 알콩달콩하면서 모내기를 끝냈다.


근데 아빠, 이거 밥 한 그릇은 나올까?

그럼, 벼 이삭 하나에 낱알이 몇개나 달릴 거 같아?

글쎄...열 개?

하나에 100톨이 넘게 나오고, 밥 한 그릇은 5000톨 정도 되니까 잘 하면 밥 한 그릇은 나오겠네.







이전 07화 쑥의 시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