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과 상암 먹자골목에서 식사를 마치고 동네를 걷는 길, 코 주변에 상처가 난 얼룩소 무늬 고양이를 만났다. 가게 테라스 나무 울타리 뒤에 숨어 귀만 쫄랑 보이던 녀석은 두 세 걸음 다가가 눈을 마주치자 옆의 담벼락으로 피신했다. 나는 코에 난 상처를 유심히 들여다보았고 오래 살다가라, 라고 한술 던지고 애인과 자리를 떴다.
초등학교 이삼 학년 때 온몸이 빳빳이 굳어 꼬리까지 쭉 뒤로 솟아 벌벌 떨던 고양이. 흰 배에 누런 무늬를 가졌던 녀석. 아파트 단지에서 또래들과 나는 웅성이며 녀석을 둘러싸고 걱정했다. 우리 쪽으로 다가온 경비 아저씨는 혀를 한번 쯧, 차더니 소금물 먹여 말린 것처럼 굳은 그것을 가로로 넓은 녹색 쓰레기 수거함에 던져 넣었다. 덜덜 떠는 걸 보아 아직 살아있을 텐데... 생명은 버리는 게 아닐 텐데... 생명을 경시하는 무심함에 똑같이 횡격막 부근이 차갑게 굳어버린 나는 작은 목소리로만 항의할 수 있었다.
아직 살아있어요 아저씨...
어둠에 갇힌 누런 고양이는 빛을 빨아들이는 타고난 제 눈에 잠시 빛을 의지하다 쓰레기통 속 암흑과 함께 서서히 꺼져 갔을 것이다. 오늘 만난 고양이에게는 오래 살다가라 했지만, 단지에서 일각 마주친 그것에게는 아직도 아무 말도 해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