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사실은 히어로 군단의 비밀요원

올해도 비밀요원으로 재계약 되었습니다.

by 벽우 김영래

사람들은 저마다의 삶을 위해 일 하고, 밥 먹고,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 소방관들도 보통의 사람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다만 직업이 불을 끄고, 다친 사람을 구조하고, 응급처치를 해서 병원으로 이송하는 일을 하는 주황색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나는 가끔 알록달록한 색의 멋스런 사복을 입은 직원을 만날 때마다 좀 낯설고, 다른 사람인 듯 착각할 때가 있다.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달리 보인다.


세상 사람들이 제복 입은 소방관을 보는 시선에는 비약이 심한 편이다. 소방관을 볼 때 사람들은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슈퍼맨으로 구성된 마블 히어로 군단쯤으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고가 나도 금방 날아와 주고, 아프고 상처가 생겨도 후! 하고 입김을 불어넣으면 씻은 듯 금방 치료가 되고, 아무리 높은 곳에 올라가도 무섭지 않고, 어둡고 컴컴한 땅 속에 들어가도 모든 것을 잘 볼 수 있는 초능력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다. 사고 현장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까움에 먼저 눈물을 흘리고, 불 난 곳에선 주인보다 더 마음이 급해 허둥지둥하기도 한다. 복잡한 도심 한 복판에서 낡은 유모차에 키 보다 더 높이 폐지를 모아 싣고 가는 노인의 뒷모습을 보며 가슴 아파하고, 정의롭지 못한 일에 자기 일처럼 먼저 분노하기도 한다. 알고 보면 그들은 참 여린 사람들이다.

슬픔에 진정으로 눈물 흘리고, 기쁨에 더 크게 함박웃음 짓고, 누군가의 아픔을 덜어 주고 돌아오는 길에 몸은 젖은 빨래처럼 무거워도 가슴 한 편의 뿌듯함에 작은 미소를 짓고, 어떤 때는 가족보다도 옆에 있는 동료를 더 사랑하는 가슴 따뜻한 그런 사람들이 소방관이다.


작년 한 해도 현장에서 순간순간 아이언 맨, 슈퍼맨, 배트맨으로 변신하며 마블 히어로 군단의 비밀요원으로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올 해도 무거운 임무를 내려 놓지 못했다. 숙명처럼 영원히 져야 할 짐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 마시라. 올해도 히어로 군단의 비밀요원으로 계약이 연장되었다. 완벽한 임무 수행을 위해 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고, 사람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어김없이 나타나는 영웅군단의 비밀요원으로서 동료들끼리 서로 손 잡고, 어깨 기대며 힘든 일을 헤쳐나가자.


토닥토닥!

대견한 자신을 두 팔로 감싸 안아 위로하고, 늘 옆에 있는 가족과 동료들도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 위로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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