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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화 Mar 05. 2022

지금 시대에 방탄소년단도 아니고 비틀스라고?

  10여 년 전 북한 주민들이 주로 듣는 라디오 채널에서 <팝스 프리덤>을 제작할 때 일이다. 

  북에서 온 한 20대 청년이 남한 정착 교육을 받을 당시에 처음 듣는 음악인데 그 음악이 홀로 한국에 온 자신을 굉장히 위로하더라는 것이다. 나중에 찾아보니 그 음악은 비틀스의 <Let It Be>이었다고. 라디오 다큐멘터리 <탈북청년 비틀스를 만나다>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그 당시만 해도 비틀스 음악 하면 <Yesrterday>나, <Hey Jude> 정도 알고 있었는데 데뷔한 지 50년 세월이 흐른 밴드 음악이 시공간을 초월해 사람을 위로하고 있다니, 그 매력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한 번은 지인들과 식사를 하면서 나의 이런 프로그램 기획의도를 말했을 때 지금 시대에 아델(Adele)도 아니고 50년 전의 비틀스를 이야기한다면서 말리고 싶다고 말하는 선배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그램을 기획할 당시인 2011년경에는 전 세계에 아델 열풍이 불고 있었다.

  그래도 난 비틀스 음악에 어떤 힘이 있기에 사람을 위로하고 공산사회에서는 금지곡이 되는가 하면 구소련에서는 청년들이 그들의 지도자인 레닌(Lenin)보다 레논(Lennon)을 더 좋아했는지 궁금했다.


  우여곡절 끝에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현 하나재단)과 협력하여 북에서 온 청년 3명과 강인봉(‘자전거 탄 풍경’의 멤버)씨를 음악대장으로 비틀스 취재팀을 꾸렸고, 8박 10일간 영국으로 비틀스 취재를 떠났다. 말이 8박 10일이지 취재를 마치고 인천 공항에 도착했을 때 강인봉 씨는 “한 달은 족히 걸렸을 취재를 열흘 만에 하고 왔다.”라고 했다. 말인즉슨 스케줄이 엄청 빡빡해서 고생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기야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페스트 푸드 점에서 햄버거를 주문하고 이동하는 차 안에서 먹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그것도 점심도 아닌 저녁을 말이다. 


  비틀스 취재 후 50분 분량의 음악 다큐멘터리 3편을 방송했고 그 가운데 3부 <Imagine, 평화를 노래하다>는 세계적인 라디오 축제인 뉴욕 라디오 페스티벌에서 동상을 받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물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여러 날 밤을 새우기도 하면서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든 날도 있었다. 그런데 나 역시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힘든 시간을 비틀스 음악을 들으면서 위로받았음을 고백한다. 비틀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현지 비틀스 전문가와 팬들의 따뜻한 마음을 잊을 수가 없다. 특히 쿠바에서 탈출한 남편을 둔 한 미국인이 탈북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일처럼 격려해 주었던 순간은 지금도 생생하다. 


  비틀스 데뷔 6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들은 영원한 전설로 남아 있다. 지난 1월 AFP통신에 따르면 비틀스 폴 매카트니가 ‘헤이 쥬드(Hey Jude)’를 작곡하면서 썼던 메모장이 가상 버전인 NFT( 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가 7만 7000달러(약 9219만 원)에 판매됐다. 이는 최근 거래된 NFT 중에 가장 높은 낙찰가를 기록이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그들 음악은 평화와 화합을 강조하는 세계적인 행사장에서도 활용된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도 비틀스의 <Imagine>이 흘러나왔다. 물론 화합을 강조하는 개회식을 성대하게 마쳤지만 경기 초반 쇼트트랙 경기장에서 우리나라 일부 선수들이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으로 실격을 당해 우리 국민들의 공분을 산 올림픽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탈북청년 비틀스를 만나다>에서 시간의 한계 상 다 풀어내지 못했던 비틀스의 또 다른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싶다. 그리고 비틀스 노래 속에서 자유와 평화를 찾고자 영국으로 향했던 탈북청년들은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한국에서 어떻게 정착해 왔는지 그들의 이야기도 전하고 싶다. 또한 요즘 K-POP의 대세인 BTS를 조명하는 자리에 데뷔 60년이 된 비틀스가 왜 소환되는지 두 그룹의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음악 서사가 있는지도 찾아보고자 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에 나는 앤-마리 & 에드 시런 (Anne-Marie & Ed Sheeran)이 함께 부르는 ‘2002’을 들으면서 어깨를 들썩이고 있다. 입가에는 미소를 지으며. 

  

 “지금 시대에 방탄소년단도 아니고 콜드플레이(Coldplay)도 아니고 에드 시런(Ed Sheeran)도 아니고 앤-마리(Anne-Marie) 아닌 비틀스라고?” 

   그렇다.

   비틀스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60년 전 비틀스가 길을 열었기에 지금의 그들도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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