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의 비틀스 취재 첫날은 런던 비틀스 투어에 참여했다. 뉴몰든(New Malden) 한인 타운 민박집에 하룻밤을 머물렀던 우리 취재팀은 비틀스 런던 투어를 담당해 주실 리처드 포터(Richard Potter) 씨를 만나기 위해 아침 일찍 전철을 타고 토트넘 햄 코트 로드(Tottenham Court Road) 역에 도착했다.
리처드 씨는 10대인 12살 때부터 비틀스 팬이었고, 40대인 지금은 풀타임 직업으로 비틀스 런던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역에 도착하자 런던 투어를 담당할 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멀리서 그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미 익힌 얼굴이었다. 곱슬머리에 그리 크지 않은 키, 그리고 단단한 체구에 청바지에 재킷을 입은 캐주얼한 차림의 친근한 모습의 아저씨였다.
그가 안내한 비틀스 런던 투어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곳은 바로 <Hey Jude>가 녹음되었던 트라이던트 스튜디오(Trident Studio)와 비틀스 앨범 재킷 사진으로도 유명한 에비 로드(Abbey road)였다.
1968년 <Hey Jude>를 녹음했던 트라이던트 스튜디오(Trident Studio)를 먼저 찾았다. 그 스튜디오는 런던의 조그마한 골목길, 하늘이 한 뼘 정도 보이는 좁다란 골목길에 놓여 있었으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칠 정도로 평범한 건물에 있었다.
리처드 씨는 <Hey jude>가 만들어진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존 레넌에게는 첫 번째 아내 신시아(Cynthia Lennon)와의 사이에 줄리안(Julian Lennon)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오노 요꼬(Yoko, Ono) 때문에 그녀와 헤어졌고 폴 메카트니가 줄리안을 자주 보러 가게 되면서 이곡을 쓰게 되었다. 줄리안은 어린 시절 아빠 존과 함께 찍은 사진보다는 폴과 함께 찍은 사진이 더 많다고 한다. 이런 노래 탄생 배경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노래를 듣는 많은 사람들은 이 노래가 모두 자기를 위한 노래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한 1968년 체코에서 공산당 정권에 반하는 혁명이 일어났고 소련군의 침공으로 마감(프라하의 봄으로 잘 알려진 혁명)되었는데 당시 이 곡은 체코의 저항가수 마르타 쿠비소바(Marta Kubišová)가 조국에 대한 가사를 담은 노래로 바꿔 소련에 대한 저항 노래로 불렀으며 1990년 무혈 혁명 때는 혁명의 상징으로 다시 되살아났다. 아이를 위로하기 위한 노래가 혁명의 주제가로 쓰였다니 이 또한 음악의 힘이 아닐까 싶다.
비틀스는 이곳에서 녹음하는 것을 에비 로드(Abbey Road Studios)에서 작업하는 것보다 더 좋아했다. 그것은 스튜디오 환경 때문이었다. 에비 로드 스튜디오에서는 담배 등을 피우려면 밖으로 나가야 했는데 이곳에서는 스튜디오에서 그러한 것들이 가능했다. 하루는 이곳 스튜디오에서 연기가 많이 피어올라 경찰이 출동했는데 출동한 경찰이 유리창으로 안을 들여다보고는 ‘비틀스잖아.’라고 하면서 사인을 받고 그냥 돌아갔다는 일화도 들려주었다. 이 곡은 1968년에 녹음했는데 그때는 비틀스가 이미 세계적인 밴드로 자리를 잡은 때였으니까.
트라이던트 스튜디오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 스튜디오에서의 <Hey Jude> 녹음은 녹음 기법에 있어서 혁명이었다. 이전까지는 4트랙 기법으로 녹음을 해 왔는데 <Hey Jude>는 8트랙 기법으로 녹음을 했고 이 녹음 기술은 상당히 진화한 것으로 카메라에 비유하면 흑백사진에서 칼라사진으로 바뀐 것과 같을 정도의 혁명적인 녹음 기술이었다고 한다.
<Hey Jude> 녹음과 관련하여 리처드 씨는 또 하나의 일화도 들려주었다. 바로 이곡 중간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떼창을 하게 되는 ♩♩♩나나나♩♩♪ 하는 부분에 합창이 필요했고 이곡을 같이 녹음했던 오케스트라 단원들한테 이 합창을 부탁했다. 그러나 그들은 클래식을 한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자기들은 악기를 연주하러 온 사람들이지 합창하러 온 사람들이 아니라면서 화를 내면서 나가버렸다고 한다. 라차드 씨가 보기에는 그들이 바보였다. 왜냐하면 이곡이 후에 명곡이 되면서 백 코러스를 담당할 기회를 놓쳤으니까 말이다. 비틀스의 광팬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끼고도 남을 일이다.
트라이던트 스튜디오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이곳 스튜디오 엔지니어의 개척 정신이 오늘날 <Hey Jude> 명곡을 탄생시킨 비결이었다.
우리는 사장님께 요청하여 비틀스의 <Hey Jude>를 그곳 스튜디오에서 들을 수 있었다. <Hey Jude>를 녹음한 스튜디오에서 이 곡을 직접 듣다니 이런 감동스러운 순간이 어디에 또 있을까?
♪ 추천 곡
- 비틀스 <Hey Jude>를 체코 가수 마르타 쿠비소바(Marta Kubišová)의 체코어 버전과 비교해 들어볼 것을 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