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순화 Oct 23. 2021

런던 에비 로드에 서다

  비틀스 런던 투어를 하면서 두 번째로 소개할 곳은 바로 에비 로드(Abbey Road)이다. 비틀스 네 명의 멤버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Abbey Road> 앨범 표지 사진으로 유명한 곳으로 비틀스의 음악 대부분을 녹음한 에비 로드 스튜디오(Abbey Road Studios)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비틀스 팬으로 런던에 가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곳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며 비틀스 멤버가 되어 보고 싶은 곳이다.

  

  에비 로드는 런던 북부에 있으며 전철을 이용해 쉽게 갈 수 있다. 나는 세인트 존스 우드 전철역(St John's Wood station)에서 내려 에비 로드를 향해 걸으면서 횡단보도가 어떤 모습일까 무척 궁금했다. 마음이 앞서니 고개가 발걸음보다 앞서간다. 마치 육상선수들이 마지막 골인 선에서 가슴을 먼저 내밀 듯이 말이다. 드디어 횡단보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얼마나 기대했던가!  그러나 정작 에비 로드 횡단보도는 이외로 왕복 2차선 도로의 평범한 횡단보도에 불과했다. 팝의 전설이 이 평범한 횡단보도를 영국의 문화유산으로 재탄생시켰다.

  

  에비 로드 횡단보도 옆에는 비틀스의 데뷔곡부터 거의 대부분의 곡을 녹음한 에비 로드 스튜디오가 있다. 우리는 에비 로드 스튜디오 담벼락 앞에 나란히 서서 리처드 씨로부터 비틀스의 곡 녹음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이곳 담벼락은 비틀스 팬들의 낙서로 일 년에 서 너 번은 페인트칠이 더해진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온 비틀스 팬들과 관광객들 모두가 한두 마디씩을 남겨놓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이 방문한 곳에 낙서를 남기는 일은 지구촌 어디에서나 있는 일인 것 같다.

  

  에비 로드 스튜디오는 비틀스가 음악 프로듀서인 조지 마틴(Sir George Henry Martin)을 처음으로 만난 곳이기도 하다. 그는 비틀스의 매니저였던 브라이언 엡스타인(Brian Samuel Epstein)과 함께 다섯 번째 비틀스(The Fifth Beatles)로 자주 회자되는 분으로 비틀스의 거의 모든 음반을 프로듀싱을 한 인물이다. 

  

  1962년 리버풀에서 런던으로 올라온 이들은 이곳 스튜디오에서 유명 프로듀서인 조지 마틴 앞에서 오디션을 치르고 첫 곡을 녹음했다. 오디션에 앞서 조지 마틴은 이들에게 음악에 대한 강의를 열성적으로 했다. 런던의 유명 프로듀서는 갓 시골에서 올라온 네 명의 청년들을 어떻게 느꼈을까? 또한 그동안 자유분방하게 노래하던 이들이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을 한 신사의 일장 연설을 어떻게 들었을까? 조지 마틴이 음악에 대한 열강을 한 후 이들에게 질문 있냐고 물었는데 조지 해리슨(Geroge Harrison)이 “일단 당신 넥타이가 마음에 안 들어.”라고 대답했다고 하니 그들이 그동안 얼마나 자유분방한 밴드였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렇게 이들은 조지 마틴이 주관한 오디션에 합격을 한 후 첫 곡을 녹음하면서 그들의 신화도 시작된다. 조지 마틴이 비틀스와 가진 첫 녹음 세션은 1962년 6월 6일 에비 로드 스튜디오였다. 

  

  리처드 씨는 비틀스 팬들이 <Across the Universe> 곡 녹음에 참여한 일화도 들려주었다. 녹음 스튜디오 앞에는 항상 팬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문 앞에 의자로 바리케이드를 쌓아 놓았다면서 당시 사진을 보여준다. 그런데 비틀스가 이런 팬들한테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바로 일요일 늦은 밤에 <Across the universe>를 녹음하는데 갑자기 여자 보컬이 필요했다. 그러나 일요일 밤늦은 시간이라 여자 가수를 부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존이 폴한테 밖에 나가 보컬 좀 데려오라고 했고 폴이 밖에 나가 팬들한테 “노래할 줄 아는 분 있어요?” 하니 여기저기서 “저요. 저요.” 하면서 손을 들었고, 그 가운데 두 명의 소녀 팬이 이 곡 백 코러스로 참여하게 되었다. <Across the Universe>을 듣다 보면 노래 중간에 ‘Nothing‘s gonna change my world’라는 부분에 여성 백 코러스의 반복적인 멜로디가 들리는데 바로 비틀스의 소녀 팬들이 코러스를 담당한 부분이다. 리처드 씨 왈, “이 노래는 건물밖에 죽 치고 있던 팬들이 녹음에 참여한 곡이다.”라고 소개한다. 팬들로써는 얼마나 큰 영광이었을까?

  

  그리고 아는가? 이 곡은 2008년 2월 4일 미국 항공우주국 NASA가 50주년 기념으로 우주로 쏘아 올린 MP3 음원이기도 하다. 그날은 이곡이 녹음된 지 4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그리고 에비 로드에서의 재미있는 일화도 들려주었다. 하루는 독일에서 온 관광객이 에비 로드 횡단보도에 털썩 주저앉아 넉 놓고 앉아 꺼이꺼이 통곡을 하더라는 것이다. 사연을 들어보니 그분은 원래 동독 분이었는데 당시 동독에서는 비틀스 음악이 금지곡이어서 X-ray필름에 녹음된 비틀스의 곡들을 몰래 들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 통일이 되고 직접 현장에 오니 옛 생각에 목 놓아 울었다는 것이다.

  

  우리 취재진들도 에비 로드 횡단보도를 건너며 비틀스가 되어 보는 경험을 하였다. 그중 한 명은 맨발인데 누가 맨발로 갈지도 결정하면서 말이다. 지금도 에비 로드 횡단보도를 건너며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 추천 곡 

- The Beatles <Across th Universe>

; 곡 중간에 ‘Nothing‘s gonna change my world’ 부분을 자세히 들어보자. 소녀 팬들의 코러스가 들린다.

  

에비 로드 스튜디오 담벼락 앞에서 비틀스 이야기를 들려주는 리처드 씨와 취재진










                                                                    

이전 05화 <Hey Jude> 명곡의 탄생 비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