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런던에서 비틀스의 이야기를 해 줄 또 한 분의 소중한 분을 만났다. 바로 BBC 라디오의 수석 피디인 마크 하겐(Mark Hagen)씨였다. 그는 우리가 취재 가기 일 년 전인 2012년에 비틀스 데뷔 50주년을 맞아 <Beatles on the BBC>라는 비틀스 라디오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분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비틀스가 BBC에 자주 오면서 BBC와 활동도 많이 했기 때문에 비틀스의 인터뷰라든가 알려지지 않은 자료들을 모아서 비틀스 50주년을 맞아 팬들에게 비틀스를 상기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상상해 본다. KBS에서도 어떤 PD가 방탄소년단 데뷔 50주년이 되는 해에 방탄소년단 특집을 만들고, 그리고 외국 방송사에서 한국의 방탄소년단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에 공영방송인 KBS를 찾아와 인터뷰를 요청하는 상상을…….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 과거 없는 오늘은 없고 오늘 없는 미래는 없으니까.
그는 비틀스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당시 로큰롤이 하향세였는데 비틀스가 다시 로큰롤 붐을 일으킨 측면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음악성도 조명되었다. 그들은 또한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다. 로큰롤과 헤비메탈, 그리고 댄스 뮤직도 개척했고, 그래서 지금도 전 세계에서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고 그들의 음악은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또한 존과 폴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초창기에 그 둘은 악기를 잡고 서로 가까이에서 마주 바라보면서 음악을 만들었다. 폴은 멜로디를 아름답게 하는 강점이 있었고, 존은 가사를 아름답게 만드는 능력이 있어서 존과 폴의 조화가 시너지를 내면서 훌륭한 곡들을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둘이 서로 바로 보고 음악을 만들 때는 괜찮았는데 멀리 떨어져서 음악을 만들면서부터는 서로 경쟁의식이 생겼다. 몇십 킬로미터 떨어져 살면서 각자 음악을 만들어오면 서로 ‘나는 저것보다 훨씬 더 잘 만들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서로 떨어져 지내면서 각자 작품을 만들었는데 폴의 경우 노래들이 길지 않았다. 존이 함께 있었으면 ‘야 이건 이렇게 해봐’라고 하면서 좀 더 수정해 가면서 훨씬 긴 음악을 만들었을 텐데 그런 식으로 둘 다 작품의 아쉬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쩜 밴드의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인 같다.
그룹 해체에 대해서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이야기한다. 그 당시 밴드로써 10년간 같이 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지금 같으면 가수들이 활동하다 힘들면 한몇 개월 쉬었다가 충전하고 다시 나오고 했을 텐데 그 당시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비틀스는 지도 없이 간 밴드였다. 10년간 계속 앨범을 내고 투어를 다니면서 여러 측면에서 고갈되었기 때문에 비틀스 해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상황이었다고 봤다.
우리는 그에게 우리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로 자유를 찾아 북한에서 남한에 온 청년들이 비틀스 음악 속에서 자유나 사랑, 평화, 그리고 화합의 의미를 찾아 이곳까지 왔는데 우리가 그것을 찾을 수 있을지 물었을 때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우선 비틀스 음악은 단어가 필요 없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이다. 그들은 만국 공용어로 노래한다. <I want to hold your hand>, <She loves me>, <All you need is love>처럼 음악을 통해 문화적인 경계, 언어, 사회, 정치적인 경계를 뛰어넘는다고 말하며 우리의 기획의도를 충분히 찾을 수 이야기한다.
그가 대답하는 도중에 울컥하는 바람에 그 인터뷰 룸에 있던 우리 취재진들이 모두 울컥한 분위기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난 뒤 돌아오면서 한 스텝은 거기서 크게 소리 내며 흐느끼고 싶었으나 혹 녹음에 방해될까 봐 참느라 힘들었다는 뒷이야기...... 그가 왜 우리 질문에 답하다 말고 울컥했는지 정확히는 일지 못하나 아마도 북한에서 자유를 찾아온 청년들에 대한 안쓰러움과 비틀스 음악에 대한 애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추천 곡
- The Beatles <I want to hold your hand>, <Love me do>, <All you need is love> 등, 만국의 공용어로 노래한다는 곡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