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9일(일), 2시 30분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비틀스 취재 팀원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비행기라고는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밖에 타 본 적 없는 H 씨,
“처음이다 보니까 떨려요. 지금까지 해외에 나가는 것을 조금 꺼려했거든요, 새터민이면 누구나 공감할 것 같아요. 이번 첫 해외여행인데 영국이니 설레고 무엇을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는 처음에는 조금 걱정하시더니 지금은 많이 배우고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H 씨는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외가의 도움을 받아 머물다가 한국에 정착, 일 년간 수능학원을 다닌 후 올해 S대에 입학한 저력 있는 신입생이었다. 엄마가 걱정되는지 사진을 한 장 찍어 보내라고 한다면서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한다.
J 씨는 한국에 정착한 지 몇 년이 지난 학생이라 해외를 다녀온 경험도 많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일 학년 때 캐나다에 일 년 원주민 봉사도 갔었고 그때 처음 해외 나가는 것이라 떨렸는데 지금도 떨린다고 했다. 그 외에 필리핀, 중국, 태국 등 많은 나라를 갔었다고 했다. 그래도 유럽은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은 똑같다고 했다.
“부모님은 되게 좋아하셨습니다. ‘너는 자주 해외 나가 좋겠다고.’ 부모님은 잘 못 나가시니까. 부모님은 한국에 정착한 후 제주도 한 번밖에 다녀오지 못했고, 해외는 한 번도 나가보지 못했어요. 이번에 pop를 통해 영어 공부를 많이 했으면 좋겠고 평상시에 만나지 못하는 분들 존 레넌 여동생도 만나고 기대감에 차 있어요. 영국이 또 많이 발전한 나라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많이 배우고 재미있는 여행이 됐으면 좋겠어요.”
L 씨는 지금 공동체 생활을 한다고 했다. 만 21세가 되기 전에 홀로 한국에 정착했기 때문에 단독으로 집을 배정받지 못했다. 탈북인들은 한국에 도착한 후 일정 기간 남한 정착교육받은 후 임대주택을 배정받아 대한민국에 정착하는데 홀로 한국에 온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만 21세가 될 때까지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을 나도 L 씨를 통해 알았다. 지금은 수녀님이 엄마 역할을 대신해 주고 계신다고 했다. 그나마 같은 또래들과 함께 지낼 수 있어 외로움을 덜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 역시 해외는 처음이었다.
“넓은 나라에 여행을 간다는 기대감이 있고 비틀스가 왜 유명한지, 비틀스가 아주 오래전에 노래했던 밴드인데 그 시기에 사람들이 왜 비틀스에 열광했는지 그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요. 왜 비틀스가 자유와 평화의 상징인지 알고 싶어요.”
이번 여행의 음악 대장 역할을 맡은 '자전거 탄 풍경'의 강인봉 씨가 세 명의 탈북학생들과 처음 조우했다. 강인봉 씨 역시 영국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에게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물었다.
“기대보다는 사실 걱정이 많이 하고 출발했는데 생각보다 걱정을 많이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일정이 너무 재미있을 것 같고 그리고 무엇보다 같이 가는 학생들이 미리 이야기를 듣지 않았으면 북쪽에 있다가 왔던 청년들이라 생각을 전혀 못하겠어요. 오히려 더 많이 기대되고 그래요.”
영국으로 비틀스 여행을 떠나며 기대감과 설렘을 가득 안은 이들의 표정을 보며 나에게 설렘을 안겨준 여행은 언제였는지 생각해 봤다. 2008년 11월 평양 봉수교회에서 열렸던 남북평화통일 기도회 취재 차 3박 4일 평양을 방문했을 때였다. 평양에 입국하면서 장비 고장에 대비해 예비로 소형 녹음기를 장비 신고하지 않고 짐가방에 넣고 가져가는 바람에 평양 순안공항 출입국장에서 느꼈던 두려움과 긴장은 아마 다음에 쓸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꽃이 활짝 핀 영국으로 향한다.
우리는 첫 만남의 어색함도 달랠 겸 단합의 의미로 노래를 한곡 부르면서 영국으로의 출발을 알렸다.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