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순화 Jul 16. 2022

설렘이 가득했던 인천 국제공항

  2013년 5월 19일(일), 2시 30분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비틀스 취재 팀원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비행기라고는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밖에 타 본 적 없는 H 씨,

  “처음이다 보니까 떨려요. 지금까지 해외에 나가는 것을 조금 꺼려했거든요, 새터민이면 누구나 공감할 것 같아요. 이번 첫 해외여행인데 영국이니 설레고 무엇을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는 처음에는 조금 걱정하시더니 지금은 많이 배우고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H 씨는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외가의 도움을 받아 머물다가 한국에 정착, 일 년간 수능학원을 다닌 후 올해 S대에 입학한 저력 있는 신입생이었다. 엄마가 걱정되는지 사진을 한 장 찍어 보내라고 한다면서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한다.

  

  J 씨는 한국에 정착한 지 몇 년이 지난 학생이라 해외를 다녀온 경험도 많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일 학년 때 캐나다에 일 년 원주민 봉사도 갔었고 그때 처음 해외 나가는 것이라 떨렸는데 지금도 떨린다고 했다. 그 외에 필리핀, 중국, 태국 등 많은 나라를 갔었다고 했다. 그래도 유럽은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은 똑같다고 했다.

  “부모님은 되게 좋아하셨습니다. ‘너는 자주 해외 나가 좋겠다고.’ 부모님은 잘 못 나가시니까. 부모님은 한국에 정착한 후 제주도 한 번밖에 다녀오지 못했고, 해외는 한 번도 나가보지 못했어요. 이번에 pop를 통해 영어 공부를 많이 했으면 좋겠고 평상시에 만나지 못하는 분들 존 레넌 여동생도 만나고 기대감에 차 있어요. 영국이 또 많이 발전한 나라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많이 배우고 재미있는 여행이 됐으면 좋겠어요.”


  L 씨는 지금 공동체 생활을 한다고 했다. 만 21세가 되기 전에 홀로 한국에 정착했기 때문에 단독으로 집을 배정받지 못했다. 탈북인들은 한국에 도착한 후 일정 기간 남한 정착교육받은 후 임대주택을 배정받아 대한민국에 정착하는데 홀로 한국에 온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만 21세가 될 때까지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을 나도 L 씨를 통해 알았다. 지금은 수녀님이 엄마 역할을 대신해 주고 계신다고 했다. 그나마 같은 또래들과 함께 지낼 수 있어 외로움을 덜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 역시 해외는 처음이었다.

  “넓은 나라에 여행을 간다는 기대감이 있고 비틀스가 왜 유명한지, 비틀스가 아주 오래전에 노래했던 밴드인데 그 시기에 사람들이 왜 비틀스에 열광했는지 그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요. 왜 비틀스가 자유와 평화의 상징인지 알고 싶어요.”


  이번 여행의 음악 대장 역할을 맡은 '자전거 탄 풍경'의 강인봉 씨가 세 명의 탈북학생들과 처음 조우했다. 강인봉 씨 역시 영국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에게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물었다.

  “기대보다는 사실 걱정이 많이 하고 출발했는데 생각보다 걱정을 많이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일정이 너무 재미있을 것 같고 그리고 무엇보다 같이 가는 학생들이 미리 이야기를 듣지 않았으면 북쪽에 있다가 왔던 청년들이라 생각을 전혀 못하겠어요. 오히려 더 많이 기대되고 그래요.”


  영국으로 비틀스 여행을 떠나며 기대감과 설렘을 가득 안은 이들의 표정을 보며 나에게 설렘을 안겨준 여행은 언제였는지 생각해 봤다. 2008년 11월 평양 봉수교회에서 열렸던 남북평화통일 기도회 취재 차 3박 4일 평양을 방문했을 때였다. 평양에 입국하면서 장비 고장에 대비해 예비로 소형 녹음기를 장비 신고하지 않고 짐가방에 넣고 가져가는 바람에 평양 순안공항 출입국장에서 느꼈던 두려움과 긴장은 아마 다음에 쓸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꽃이 활짝 핀 영국으로 향한다.

  우리는 첫 만남의 어색함도 달랠 겸 단합의 의미로 노래를 한곡 부르면서 영국으로의 출발을 알렸다.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이전 03화 탈북청년 선발과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