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훌쩍 중년이 되어버린 삶의 언저리에 서서 아주 가끔이지만,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에 대한 질문을곱씹어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대답의 가운데는항상 가족이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음을 알게된다.
과학으로 말하면 밤하늘에별은 있지만 별자리는 없다. 별자리는 양치기 일이 무료했던 목동이 만들어낸판타지이며,사람들의 눈과 마음으로 꾸며서 불려진이름일 뿐이다. 가령 어느 별이우주의 어느 공간에무심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을사람들은사자자리라부르는 셈이다.
사람의 일도그렇다.
홀로 있는 별처럼, 나도 그저 나혼자 존재하는 한 인간일 뿐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우연히 인연을 만났고, 새롭게 인연을 만들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별자리로 말이다.
나는 별이다. 내가 아닌 다른 모든 이들도 각자의 모양과 빛을 가진별이다. 나는 애초에 존재하지않았다.내가 별이라고 알게 된 때는, 태어나서다른 별들을 조금 살필줄 아는 제법 오랜 시간이지나고 나서였다. 그리고, 더 알게 된 사실은 어느 두개의별이 만나서그들이 서로이끌려 별자리를 이루었으며, 또자기들의 일부를 떼내어나를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에도 변함없는 건 나의 우연성이다. 내가 별이 되고 이 곳에 이런 색깔로 이런 모양으로빛나게된 것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온전한 우연이었다. 그래도 그 우연이 나쁘지 않은 것은 내 옆에는 아빠별과 엄마별과 형이라는 별이같이 있다는 사실과, 그들이 내가 보잘것없을 때 온 힘을 다해 비춰주면서, 또같이 빛나고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네 개의 별은 별자리였다.
시간이 흘러 나는제법 덩치가 크고빛내는 법을 아는 별이 되었다. 가족별의 도움 없어도 혼자 충분히 빛을 내는 법을 알았다. 가족 별자리가 답답했고 혼자 더 빛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그러다 우연히 다른 별을만났다. 그 별이 지닌빛깔이 너무 곱고 아름다워서 마음을 빼앗겼다. 다행히 그 별도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마침내 서로는 상대의 빛에 놀라고 부러워한 나머지, 평생을 곁에서 같이 조화롭게 비추기를맹세했다. 이윽고 두 별은 다른 별들의 축하를 받으며 서로를 잇는 하나의 선을 그어냈다. 아주작은 별자리를 만든 셈이었다. 곧이어두 개의 별은 그들의 일부를 떼어낸다.그리고, 자신들을 닮은 작은 별을 만든다. 너무 작아서 곧 꺼질 것 같아서, 그들은 온 힘을 다해 작은 별을 비추어준다. 모든 것을 쏟아 비추어준다. 그렇게 할수록, 쏟아부을수록자기가 희미해지고 꺼져가지만 상관없다.나의작은 별은 가장 빛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렬히 보듬어주고 밝혀주고 싶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지금처럼 내가 빛나는 것, 나의 작은 별을 비출 수 있는 힘은 내가 작은 별일 때 받은 누군가의 빛 때문이라고
그리고, 지금은 내가 별자리를 만들었고 또 작은 별들에게 혼자 빛낼 줄 아는 힘을 주고 있다고 말이다.
나는 어느 별자리에우연히 태어났다. 그리고, 큰 별이 되어서그별자리를 뛰쳐나왔고 또 혼자가 되었다. 이윽고, 어느 이쁜 별을 만나고 새 별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작은 별 두 개를 만들어서 지금의 별자리가 된 것이다.
글을 쓰고 나니 유치한 별 이야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내 가족을 밤하늘 별자리로 올려두고 나니 기분이 좋아진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에 여러 답을 내릴 수 있지만, 가족이라는 말을 절대로 빼놓을 수가 없다.
나를 돌봐주었던 가족이 있고, 내가 지금 돌봐야 하는 가족도 있다. 그 사이의 이동은 마치 하나의 별자리에서 다른 별자리로 옮겨간 듯하며, 동시에 두 별자리가 같이 빛나기도 한다. 다만, 한쪽은 아련해지고 또 다른 쪽은 선명해지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