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작가의 나른한 일상
오늘 같은 날은 불안이 우울로 변하기 십상이다. 이루어졌으면 하는 일이 있는데, 간절하게 바란다고 되는 일은 아니라서 더 초조했던 것 같다. 감정은 이렇게 쉽게 변하는데, 필요에 의해서 일어났으면 하는 일은 이리도 이루어지지 않으니 온종일 깊은 물 아래로 푹 가라앉은 듯한 기분이다.
그래도 한 가지, 저 멀리 보이는 희망적인 샛별처럼 소소한 즐거움도 있어서 마음의 균형은 그렇게 맞춰지는 것 같다. 최근 몇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고 있다. 단문으로 질문하고 답하는 디지털 시대에, 편지를 주고받는 즐거움 그리고 그 힘이 아주 대단했다.
처음에 편지를 받고 답장을 써야 했을 때는 특별한 걸 써야 한다는 생각에 답장을 보내기까지 한 달 가까이 걸렸다. 지금 생각하면 그 사람에게 미안하다. 특별한 얘기를 쓰고 싶었던 거지 뭔가 대단한 걸 쓰려던 건 아닌데, 여하튼 고민에 빠졌던 시간이 너무 바보 같다. 그래도 요즘은 받으면 바로바로 답장을 하는 편이다. 상대방에게 기다림을 주기 싫어서 그런 건 아니고, 답장하는 즐거움이 있는 탓이다. 팬시점에 가서 오랜만에 편지지도 골라 보고, 어떤 말을 쓰면 좋을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그 시간 자체가 너무 즐거운 것이다.
그리고 또 답장은 언제 올까, 이때쯤이며 왔을까, 하는 그 설렘과 두근거림의 감정은 우울함에서도 해방 시켜주곤 한다. 오늘도 나는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면 90년 대 "갬성"이 흘러 넘치는 편지지에 빼곡한 글을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