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00억 원대의 갑부가 되고 싶다. 일 안 하고 놀고먹으면서 살아가고 싶다.
누구나 꾸는 꿈이겠지만, 나는 좀 더 이 꿈에 매달린다. 남들이 1년에 한두 번쯤 이 말도 안 되는 이상을 좇을 때, 나는 하루에도 열네 번씩 그곳을 쳐다본다.
그게 끝이 아니고, 그쪽으로 팔을 뻗어 휘젓는다. 그러면 닿기라도 할 것처럼. 그래서 내 인생은 불행하다. 매일같이 이상을 쳐다보면, 마치 그게 내 것이 된 것 같다. 하지만 내 현실은 시궁창이다. 현실과 이상에서 오는 괴리.
그러니까, 나는 잘 안다. 허황된 꿈, 즉, 망상이 나를 더욱 갉아먹는다는 걸. 블랙홀 같은 낭떠러지로 나를 처박아버린다는 걸. 블랙홀의 기나긴 통로를 다 지나면, 또다시 끔찍한 현실을 마주한다.
누군가 내게 했던 말 같다. 아니, 내가 내게 했던 말 같기도 하다.
물론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다. 망상이 없으면 나는 무얼 딛고 살아가야 하는가. 지금의 고통에서 벗어나, 천국 같은 현실을 마주할 거라는 망상도 없다면. 나는 대체 무얼 밟고 일어서야 하는 걸까.
결국 망상은 내가 딛는 땅이란 뜻이다. 나는 날개가 없기 때문에, 땅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 땅은 내가 이 세상에 붙어살 수 있게 만드는 단 하나의 매개체다.
그래서 나는 허황되더라도, 망상을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매일같이 걷고, 걷고, 또 걷고, 가끔은 뛰기도 하면서 내가 가진 좁은 땅을 단단히 다지는 것이다. 백만 번쯤 그러고 나면, 내가 원하는 세상에 당도할 수 있기라도 할 것처럼.
그러니 망상을 너무 미워하지는 말자. 미워할 시간에, 지금 디딘 땅을 한번 더 밟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