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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Aug 22. 2024

자 이제 시작이야!

결국엔 해낼 거라 믿는다. 그러니깐 버티는 게 답이다.

 안녕하세요. 드리님. 제주도에서의 3박 4일 여행 일정은 즐거우셨는지요? 제주도는 저에게 늘 그리운 곳입니다. 2020년 3월이었습니다. 새로운 직장 입사라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던 시점, 저에게 다짐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 시기를 보냈던 곳이 제주도였고, 무려 일주일 동안 머물렀습니다.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커피 한 잔과 함께 독서하다가, 바다를 보며 산책하고, 저녁에 혼자 술 마시고 맛집 탐방하는 등의 추억으로 가득 찬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의 직장 생활도 잘 버틸 수 있게 됩니다.    

  

 올해의 드리님이나 2020년의 제가 제주도에 방문한 이유이자 키워드는 ‘변화’입니다. 변화는 야구에서도 적용되고 있죠.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AutomaticalBall-Strike System), 베이스 크기 확대, 수비 시프트 제한 등이 올해의 큰 변화들입니다. 이 내용들을 쉽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심판이 판정하던 걸 기계가 판정한다는 말이고요. 타자가 공을 때리고, 베이스를 밟아야 살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웃인데요. 베이스를 크게 하여, 주자가 베이스를 밟을 수 있는 확률을 높여주는 겁니다. 야구란 게 수비가 짧고 공격이 길수록 재밌는 거라, 베이스 밟을 확률 높이는 게 이런 부분과 연결되는 겁니다. 주자가 아웃될 확률을 낮춰주며, 원래라면 타자마다 맞춤형 수비를 하는데, 이에 따른 시간이 제법 걸리며 야구 시간도 꽤 늘어납니다. 그래서 수비 제한을 걸어 경기의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고자 하는 겁니다.     

 

출처, KBO


 어떻게 보면 판 자체가 바뀐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 와중에 판을 움직이는 게임 참가자들의 변화도 생겼습니다. 대표적으로 롯데 자이언츠 소속의 선수들입니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떠나고 난 뒤, 새로운 선수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윤동희 선수, 프로에 입성하자마자 1군에서 제 몫을 다한 김민석 선수가 바로 그런 이들입니다. 2024년 프로에 새로 입성한 선수 중에서도 기대되는 이들도 보입니다. 예능 [최강야구]에서 많은 모습을 선보인 정현수, 타자와 투수 겸업을 하겠다고 선포한 신인 전미르. 프로에서 타자와 투수 겸업은 메이저리그 오타니가 대표적인데, 전미르도 그게 가능할까요? 과연 롯데 자이언츠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지켜보고자 합니다. 변동이 심한 게임판을 늘 꾸준히 유지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원클럽맨을 선택한 전준우 선수가 바로 떠오릅니다. 드리님은 그의 유니폼을 가지고 있으신 분이니 누구보다 잘 아실 겁니다. 거기다 올해는 프로야구 판을 뒤바꿀 가능성을 지닌 감독님이 롯데로 오셨죠. 바로 김태형 감독님입니다. 두산 베어스 감독 시절, KBO 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해낸 명장 중의 명장입니다. 초보 감독으로 늘 실험만 하던 롯데 자이언츠에 이런 명장이 올 거라 상상조차 못 했는데 말이죠. 자이언츠에 부임한 김태형 감독님은 선포합니다. “3년 이내에 우승하겠다.” 그 말대로 이루어지기만 하면, 유니폼 3개는 더 사겠습니다. 제발, 유니폼을 기분 좋게 살 수 있게 해주세요. 돈은 내놓을 테니, 우승만 좀 해봐요. 제발.     


김태형 감독 (엑스포츠뉴스) / 정현수 선 (스포츠조선) / 전미르 선수 (OSEN)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이들 중 빼놓을 수 없는 이가 한 명 존재합니다. 바로 한동희 선수입니다. 2018년에 롯데 자이언츠 신입으로 들어와, ‘리틀 이대호’, ‘포스트 이대호’라는 별명을 지닐만큼, 조선의 4번 타자의 후계자로 지목되었던 한동희 선수. 2023년 4월 1일, 개막전의 잠실야구장에서의 4번 타자 한동희 선수를 특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4시간 43분의 긴 혈투 가운데, 7번의 타석에서 단 한 번도 안타를 때리지 못했던 게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그에게 어떻게든 팀의 중심 역할을 맡기고자 했으나, 결국 무너지며 말았습니다. 이 여파는 시즌 내내 이어지며, 2023년은 커리어 상 최악의 한 해가 되고 말았습니다.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그를 비난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솔직히 말하자면, 야구장에서 몇 번 나쁘게 한 적은 있긴 합니다만, 안쓰러움이 그 무엇보다도 큽니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의 후계자라는 너무나도 무거운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했고, 그 와중에 공수에서 기대한 만큼의 모습이 나오지 않으면서 주눅 들어가는 그를 볼 때마다, 미움보단 더더욱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한동희 선수, 출처 스포츠경향

     

 그나마 다행인 건, 그런 한동희를 돕고자 엄청난 이들이 모였다는 사실입니다. 추강대엽(추신수, 강정호, 이대호, 이승엽을 줄인 말로, 뛰어났던 타자들을 줄인 말) 중 무려 2명이나 뭉쳐, 한동희가 부활하는 걸 돕겠다고 한 겁니다. 바로 이대호와 강정호가 손을 잡았다는 겁니다. 물론, 이게 좋은 결과로 이어질진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부디 한동희에게 자신감이 생기고, 더욱 나은 모습으로 마주하길 바랄 뿐입니다. 올해는 많이 웃는 모습을 보면 좋겠네요.     


 프로야구의 변화,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의 변화처럼, 저 역시 변화가 최근 2년간 생겼습니다. 어쩌다 보니, 군대를 좀 늦게 갔습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일을 시작했죠. 부산에서 첫 시작을 했다가, 이후 서울로 올라오는 저 나름의 큰 결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주한 건, 수많은 것들에 대한 낯섦입니다. 직장 환경, 동료들, 주거지의 변동은 기본이었습니다. 거기다 새로운 업무가 추가 되었죠. 그 업무들을 따라가기 위해,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공부해야 하는 건 물론이었으며, 일 역시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잘’ 해내야 하니깐, 매일 매일 쉽지 않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K-직장인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이 험난한 길, 어떻게 참아내면서 먼저 걸어가고 계신 건가요?     


 그래서 한동희 선수의 마음이 이해됩니다. 물론, 야구장에서 화가 올라와 비난한 부분에 대해 이 편지로 사과하고 싶습니다. 그나마, 인터넷을 통해 악플을 달거나 그러진 않았습니다. 어찌 되었든 롯데의 한동희는 저에게 소중한 존재니까요.      


 어렵습니다. 실수하지 않을까, 나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은 없을까 늘 고민하다 보면, 늘 날이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느끼는 바들은 있습니다. 이런 시간이 모여 내가 성장할 수 있다는걸. 그렇기에 버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소위 존버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제 올해 목표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2024년의 목표는 최근 2년간의 목표와 동일합니다.      


 자 이제 시작이야!     


 말 그대로입니다. 자 이제 시작이에요! 어릴 대 봤던 만화 [포켓몬스터] OST 도입부처럼 말이죠. 지더라도, 이기더라도 다음날에 또 승부가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처럼. 지더라도 내일을 위해 잊고, 이기더라도 다음날 또 이기기 위해 잊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처럼. 마음가짐을 늘 한결같이 가지기로 했습니다. 최소 3년간은 이런 마음으로 늘 보내야겠네요.     

  

출처, Pixabay


 매일매일을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결국엔 내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리라 믿고 있습니다. 우리 롯데 선수들도 그러리라 믿어요. 지금은 힘든 시기에 처한 한동희 선수도 결국은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리라 믿습니다.      


 2024년 프로야구 시즌 역시 “자 이제 시작이야!”입니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었고, 올해의 개막전을 향한 스타트가 시작되었습니다. 개막전이 멀지 않았습니다. 저희 역시 야구의 시작을 알리는 야구 직관 계획을 세워보시죠. 결국엔 오늘도 헤비하게 야구를 이야기한 저 역시 글을 여기서 마무리 지어 보겠습니다.     


2024년 롯데 자이언츠 스프링캠프_출처, 롯데 자이언츠


어젯밤엔 “내일 멋지게 시작하자”라고 해놓고, 오늘 일어나자마자 “왜 오늘 또 시작해야?”라고 한탄하는, 롯데 자이언츠의 헤비한 팬이지만, 본모습은 K-직장인인 주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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